유턴활성화대책 1년 지났지만…국내로 돌아온 대기업 단 1곳
by문승관 기자
2021.08.16 16:13:29
2013년 유턴법 시행후 8년 간 국내 복귀 기업 97개 불과
대기업 단 한 곳뿐…복귀기업 인정범위 좁고 지원 박해
"2~3차 파급력 큰 대기업 유턴 위해 인센티브 확대해야"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정부가 지난해 7월 ‘소재ㆍ부품ㆍ장비(소부장) 2.0 전략을 발표하면서 국내 기업의 유턴 활성화 정책을 내놓았지만 대기업 가운데 국내로 유턴한 기업은 단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쇼어링 정책은 지난 2006년 재정경제부가 ‘기업환경 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하면서 정부 정책프로그램으로 처음 등장했다. 이후 2013년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해외진출기업복귀법)을 제정해 운영하면서 지난해 기존 대책을 업그레이드해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부는 유턴 활성화를 위한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보조금까지 대폭 늘리는 등 ‘러브콜’을 했지만 기업들이 실제 해외 사업을 국내로 유턴하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다. 리쇼어링 정책이 처음 나온 것도 아닌데다 여전히 국내로 돌아와 사업하더라도 체감할 만한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유턴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6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2021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연도별 국내기업복귀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13년 법 제정 후 올해 6월 말까지 8년간 97개사만이 국내로 복귀했다.
최근 3년간 국내기업복귀 수를 살펴보면 2018년 8개사에서 2019년 16개사, 2020년 24개로 지난해 정부가 유턴기업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복귀 기업 수가 늘었다. 기업규모별 국내기업복귀 현황을 살펴보면 97개사 가운데 중소기업이 80개사 중견기업 16개사, 대기업 1개사에 그쳤다.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은 이번 조사에서 국내복귀기업의 범위를 해외 사업장의 국내 이전뿐만 아니라 해외 인소싱이나 해외 아웃소싱의 복귀를 통해 국내 생산증가 효과를 가져오는 사안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를 통해 국내 투자와 고용 확대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 복귀를 유도할만한 다양한 ‘당근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관계자는 “국내복귀기업으로 선정한 대기업이 1개사에 불과해 대기업에 대한 요건 완화, 인센티브 제공 등 대기업의 국내복귀를 위한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대기업의 국내복귀는 고용 창출과 생산 유발 효과가 크고 하청업체 등 관련 기업의 동반 복귀로 이에 따른 2차, 3차 파급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대기업의 국내 복귀를 촉진하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초기에는 소득규모가 작아 조세 감면에 의한 지원 효과가 작다는 지적에 따라 조세 감면기간을 확대할 필요가 다고도 했다. 이 관계자는 “조세 감면은 소득이 많이 발생할수록 그 효과가 큰 데 사업 초기에는 국내복귀에 따른 이전비용, 신규공장 설립비용 등이 많이 들어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어 정작 그 이후 사업을 정상화해 소득이 증가하는 시기까지 감면을 늘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지역이 주로 수도권 외의 지역이므로 지방자치단체와의 연계 지원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리쇼어링 정책이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파격적인 지원안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국내 제조업체 308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포스트 코로나 기업 대응현황과 정책과제’ 조사에 따르면 해외공장을 가진 기업 94.4%가 ‘국내 복귀 계획 없다’고 답했다.
전병조 여시재 특별연구원은 “정권마다 수차례에 걸쳐 리쇼어링 정책 지원방안을 확대해 왔지만 실제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며 “유턴기업 실적이 저조한 데는 정책지원 부족보다는 우리 기업들이 현지 시장 진출 등 해외로 진출할 유인이 더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해외 첨단산업을 유치하고 우리 기업을 국내로 유턴시키기 위해서는 철저히 기업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기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철폐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개선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