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염지현 기자
2016.05.08 20:30:00
환경부, 제조판매업체 13곳과 구상금 청구 소송 벌여
옥시, 롯데마트, 홈플러스, 애경, 이마트, 한빛산업 등
"구상금 관련 계획 없어".."인과 관계 규명이 우선순위"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체 13곳과 구상금 지급을 두고 소송을 진행 중이다. 구상권이란 남의 채무를 대신 갚아준 사람이 원 채무자에 대해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게 지원한 의료비와 장례비 등 37억5000만원을 갚으라고15개 가습기살균제 관련업체들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소액(1300만원)인 산도깨비(제조)와 다이소(판매)외에는 구상금 지급을 모두 거부해 법정다툼으로 이어졌다. 환경부가 제소한 업체는 옥시레킷벤키저를 비롯해 한빛화학, 용마산업사, 롯데쇼핑, 홈플러스, 제너럴바이오 주식회사, 홈페어, 세퓨, SK케미칼, 애경, 이마트, 퓨앤코, GS리테일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의 1·2차 조사결과 103명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파악된 옥시레킷벤키저는 “구상금과 관련된 향후 계획이나 대책은 내부적으로 조율 중이다”라고 밝혔다. 옥시레킷벤키저는 지난 2일 정부조사에서 1등급과 2등급을 받은 피해자 가운데 옥시 제품을 쓴 피해자를 대상으로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옥시는 3,4등급 피해자들에게는 지난 2014년에 조성한 50억원의 인도적 기금 외에 추가로 50억원을 출연해 지원하기로 했다. 옥시는 구체적인 지원방법은 전문가 조언을 거쳐 7월경 공개할 계획이다.
가습기살균제 제조·유통기업 중 가장 먼저 머리를 숙인 곳은 롯데마트다. 롯데마트는 1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피해를 배상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제품 사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22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롯데마트 또한 구상금 지급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지금은 구상금 지급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며 “피해보상 담당팀이 피해자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100억원을 어떻게 쓸지 구체화하는 등 피해를 보상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15명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알려진 홈플러스는 “독립적인 전담 조직을 구성하며 정확한 피해 규모가 추산될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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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 볼 것은 환경부가 구상금을 청구한 기업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인산염이나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 을 생산한 곳 뿐만 아니라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와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를 사용해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회사들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2012년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를 근거로 가습기살균제 원료 중 PHMG, PGH만 폐손상의 원인물질로 인정했다. 이 원료를 사용한 회사는 옥시레킷벤키저, 롯데마트, 홈플러스, 버터플라이이펙트(세퓨) 등 4곳이다. 모두 검찰 현재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반면 애경, 이마트, GS리테일이 판매한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CMIT와 MIT는 폐손상과의 인과관계가 정확히 입증되지 않은 상태다.
애경 등은 자사가 판매한 제품과 폐손상 등 인체 유해성 여부와의 인과관계 입증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책임소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별도의 배상방안 등을 내놓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애경과 이마트 측은 “인과관계가 명확해질 때까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책임 소재가 명확해지면 충분히 책임을 지겠다”라고 해명했다. 원료 생산업체인 SK케미칼 관계자는 “가습기살균제 사건 핵심은 제품 제조·판매회사”라며 “원료 제조사인 우리로서는 최근 사태로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할 것 ”이라고 답했다.
이 밖에 환경부가 구상금을 청구한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 중 용마산업사, 한빛화학 등은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해서는 일절 대응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