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류장은 항로 아냐" 조현아 2심서 집행유예 석방(종합2보)

by전재욱 기자
2015.05.22 11:48:15

항로변경죄, 1심 유죄에서 항소심서는 무죄로
"구금된 뒤 자신의 행위를 반성한 것으로 보여"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에 처해진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김상환)는 22일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여모(58) 대한항공 상무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고, 기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국토교통부 공무원 김모(54)씨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1심이 유죄로 인정한 항로변경죄를 무죄로 판단하고, 조 전 부사장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항공보안법에서 항로는 함부로 변경할 수 없는 예정된 길을 개념의 전제로 삼고 있다”며 “이 사건에서 램프리턴이 이뤄진 계류장은 항로의 한 부분이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계류장의 항공기는 자체 동력이 아닌 토잉카의 견인으로 이동하는 점과 계류장에서 램프리턴은 비교적 자유롭게 이뤄지는 점 등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해 항공기를 돌아오게 한 것은 인정되지만, 법리적 판단으로 볼 때 계류장에서의 램프리턴은 항로변경이 아니라서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의 항공보안법 위반을 유죄로, 국토부의 조사를 방해한 혐의를 무죄로 인정한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의 양형이유에서 “피고인의 범죄행위가 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을 어느 정도 침해했는지 차분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의 사무장에 대한 폭행과 기장에 대한 업무방해, 사무장의 합의 강요 등의 범죄 행위를 처벌해 보호하려는 것은 항공기의 안전운항과 승객의 생명”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런데 피고인의 행위가 매우 부적절한 관점과 태도에서 비롯된 것은 맞지만 처음부터 항공기 안전운행을 저해하려는 목적을 가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의 범죄로 항공기 보안이나 안전운항에 미친 영향과 승무원에 대한 폭행 등 유형력 행사 역시 비교적으로 경미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피해자의 상처를 역지사지 못하다가 재판을 받으며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격리돼 5개월 동안 구금생활하며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고 피해자의 상처를 성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더불어 살아가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못하다가 구금돼 같이 생활하는 사람에게서 이를 배웠다는 피고인이 한 고백의 진정성을 의심할 사정도 없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엄중한 사회적 비난과 낙인을 인식하며 살아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배운 교훈을 터 잡아 새로운 삶을 살아갈 기회까지 외면해야 할 정도의 범죄가 아니라면 피고인의 처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5일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KE086의 일등석에 탑승,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 방법을 탓하며 박창진 사무장 등에게 폭언·폭행을 행사했다. 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도록 지시한 뒤 박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혐의로 지난 1월 기소됐다.

1심은 조 전 부사장의 항로변경죄 등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같은 재판에서 여 전 상무는 징역 8월을, 김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