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다슬 기자
2013.11.04 12:49:52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4일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를 제안했지만, 여야 모두 부정적이거나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했지만 너무 늦었고 지금 상황과도 맞지 않다. 지금의 수사방식으로는 진실을 밝힐 수 없다”며 조만간 의원들의 서명을 모아 특검법 발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이 제안하는 특검법은 국정원·군·국가보훈처·안전행정부 등 대선개입의혹이 있는 국가기관은 물론, 국정원 사건 검찰 수사과정에서의 외압 의혹까지 수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사기간 역시 통상 30여일보다 두 배 가량 긴 60일로 두고 1회에 걸쳐서 30일 정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특검추천기관은 대한변호사협회를 지정했다.
안 의원은 “국가정보원 뿐만 아니라 군 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안정행정부까지 의혹이 확대되고 이 과정의 연계성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실체를 밝힐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도 의문이고,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의 배제는 너무나도 분명한 수사 축소 의도인데 이런 상황에서 검찰 수사 결과를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안 의원은 또 “지난 대선 과정의 일들은 특검에 맞기고 정치는 삶의 정치에 집중해야한다”며 “정부 여당이 검찰 수사를 고집한다면 어떤 조치를 취하더라도 미완의 과제로 남고, 우리 정치에도 불신만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여당은 안 의원의 특검법 제안이 오히려 정쟁의 씨앗을 키울 수 있다며 비판했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지금은 수사가 진행중이고, 이 시기에 특검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다.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미흡한 점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때 국회에서 특검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며 “안 의원은 본인의 행동이 또 다른 정치공세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안 의원이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에 관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기자회견을 통해서 입장을 언급한 점을 평가한다”면서도 “특검도입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재판진행 상황, 다른 국가기관들의 대선개입 의혹사건에 대한 조사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야 모두 안 의원의 특검법 제안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안 의원의 특검법이 법안 발의부터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법안 발의를 하려면 안 의원을 포함 10명의 의원들의 서명이 필요하지만 안 의원측으로 분류되는 송호창 무소속 의원과 안 의원에 우호적인 정의당 의원 5명을 포함해도 3명의 서명이 추가로 필요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법안 발의서명은 비교적 의원들이 당의 이해관계를 떠나 자유롭게 하지만, 안 의원이 이렇게 언론에 이슈메이킹을 한 사항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이 어떻게 판단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