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세수 풍년’에 오차도 역대급…추계방식 전면 개편(종합)

by이명철 기자
2022.02.11 11:47:18

작년 국세수입 344.1조…본예산대비 오차율 21% 발생
경제 회복세+종부세·양도세 급증…올해 쓸 잉여금 23조
복수 연구기관이 경제지표 전망…민·관 세수추계위 신설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공지유 기자] 지난해 빠른 경제 회복세와 부동산·주식 관련 세금 증가로 정부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국세 수입이 발생했다. 세수 풍년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국가채무 상환 등에도 활용했지만 역대급 세수 추계 오차로 재정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경제지표의 정확도를 높이는 등 추계 모형을 재설계하고 세제실 의사결정 체계를 바꾸는 등 세수 추계 체계 전반을 개편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는 10일 2021회계연도의 총세입부와 총세출부 마감 결과 총세입은 524조2000억원, 총세출 496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총세입은 전년대비 58조7000억원 늘었다. 이중 국세수입은 같은기간 285조5000억원에서 344조1000억원으로 58조5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올해 본예산보다 61조4000억원, 추가경정예산(추경)대비 29조8000억원 많은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에도 추경대비 초과세수가 19조원 정도라고 예측했지만 이보다도 10조원 가량 더 들어오면서 추계가 잇달아 빗나갔다.

국세가 크게 증가한 이유는 강한 경제 회복세와 부동산 관련 세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세목별로 보면 종부세가 6조1302억원으로 전년대비 70.3%(2조5296억원) 급증했다. 부동산 비중이 높은 양도세는 55.2%(13조514억원) 늘어난 36조7702억원이다. 지난해 종부세·양도세율이 상향됐고 주택가격 상승과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이 맞물린 영향이다.

고광효 기획재정부 조세총괄국장은 “부동산 시장 전망 불확실성이 커서 양도세 등 세수 모형이 정확한 추정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증권거래세는 최대 규모인 10조255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17.1%(1조4969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증권거래세에 반영되는 농어촌특별세도 8조9000억원으로42.2%(2조6404억원) 급증했다.

수출입 증가와 민간소비 회복 등에 힘입어 법인세는 70조3963억원, 부가세 71조2046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26.8%(14조8831억원), 9.7%(6조3217억원) 늘었다.

총세입에서 총세출을 뺀 결산상잉여금은 27조3000억원이고 이월액 4조원을 차감한 총세계잉여금은 23조3000억원이다. 불용액은 8조4000억원이다.

올해 정부가 국회 제출한 추경안은 14조원으로 초과세수 활용을 전제로 먼저 적자국채 11조3000억원을 발행으로 충당키로 했다.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18조원으로 4월 중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가재정법에 따라 처리되는데 이 과정에서 이번 추경 재원을 충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잉여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18조원 중 지방교부금 정산,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채무 상환, 추경 재원 또는 세입 이입 순으로 활용된다. 기재부는 이번 추경 재원에 사용 가능한 재원은 3조4000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다만 공자기금 출연과 채무 상환 등 이전 절차를 통해 국가채무 추가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본예산대비 세입 오차율은 약 21%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추경 기준으로는 9.5%의 오차 수준이다.

세수 추계는 경제지표 전망치를 추계 모형에 대입·산출하는 데 이번 오차 사태를 겪으면서 한계를 노출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는 모형설계-추계절차-세수점검-사후평가 등 전단계에 걸쳐 세수 추계 방식을 개편할 계획이다.

우선 추계 관련 경제지표는 그간 분야별로 단일 국채연구기관 전망치를 반영했지만 앞으로 분야별 복수 국책·민간연구기관으로 다양화해 세수 오차 발행 위험도를 낮추기로 했다.

연구용역과 타기관과 상호 검증을 거쳐 추계 모형도 재설계한다. 변동성이 큰 부동산·금융시장의 경우 관련 전문가 뿐 아니라 기타 변수인 대출·가계소득 등 기타 변수 자문을 강화한다.

최근 인사에서 세제실장을 새로 임명하는 등 세제실 개혁도 나선다. 세제실 내 조세심의회를 도입해 세목별 추계치, 회귀모형 추계치, 추세선 분석 등을 종합 고려, 추계치 잠정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조세심의회 잠정안을 바탕으로 경제정책국·국제금융국·예산실 등과 협의 후 국세청·관세청 등 징수기관 자체 추계치를 비교·검토해 정부 추계치안을 마련키로 했다. 정부 추계치안을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민관합동 세수추계위원회도 신설한다.

세제 업무 개선 방안. (이미지=기재부)


세수급등락 등 이상 징후 발생시 조기경보 시스템(EWS)을 가동해 재추계를 실시하고 8월 세입예산안 편성 후 11월 국회심의 과정에서 특이사항을 반영해 필요시 재추계한다.

‘Pass or Fail’ 시스템을 도입해 세수 추계 평가 체계를 강화하고 결과에 따라 원인분석, 제도개선 방안 마련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고 국장은 “지난해 대규모 세수 오차는 코로나19 회복기에 나타난 전례 없는 경제 불확실성에 기인했지만 이를 사전 분석해 인지하지 못한데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업무체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