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자는 전염력이 낮다”→"모른다" 하루만에 말 바꾼 WHO

by정다슬 기자
2020.06.10 10:45:05

"무증상자 전염력 낮아…유증상자 추적이 효과적" 발표서
하루만에 회견 열어 "오해…소수 연구결과 발표한 것일 뿐"
마스크 착용도 ''뒷북''…NYT "WHO, 과학계보다 뒤쳐져"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WHO 본사 앞 모습. [사진제공=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의 전파력이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가 하루 만에 뒤집었다.

마리아 반 케르크호베 WHO 신종질병·동물병 팀장은 9일(현지시간) 화상 기자회견에서 무증상 전파에 대해 “매우 복잡한 문제”라며 “모르는 게 너무 많다”(There are so many unknowns)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반 케르크호베 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WHO 데이터를 살펴보면 무증상자들이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은 사실상 매우 낮다”고 발언한 것에 배치되는 것이다.

반 케르크호베 팀장은 이날 무증상자의 코로나19 감염력이 낮다고 전달된 것은 “오해”라고 말하면서 이는 기자와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의사전달 실수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소개하며 “코로나19 감염자의 40%가 무증상자에 의해 이뤄졌을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반 케르크호베 팀장이 갑작스러운 기자회견까지 자청하며 해명을 하는 이유는 전날 그의 발언이 엄청난 논란을 낳았기 때문이다. 그는 무증상자들의 전파력이 낮으며 이에 따라 코로나19의 효과적인 대응책은 유증상자를 추적해 격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앞서 발표된 많은 연구결과는 그의 발언과는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버드 글로벌헬스인스티튜트는 코로나19 전염의 60%가 아직 증상이 나타나기 전이나 전혀 관련 증상이 없는 사람들에게서 온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증상이 나타나기 전 하루나 이틀 사이의 전염력이 가장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같은 연구결과에 따라 많은 나라들이 코로나19 대응방식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심지어는 봉쇄조치에 들어갔다. 경제활동이 재개된 이후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는 움직임은 여전하다.

WHO 비상프로그램 책임자인 마이크 리안 역시 “새로운 정책이나 다른 정책이 있다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며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아직 우리는 많은 것을 모르고 그 전송 역학에 대해서도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과학자들과 의사들은 WHO의 발언이 오히려 혼란만 일으켰다고 지적한다. 에릭 토폴 스크립스 리서치 교수는 “엉망이다. 나는 왜 그들이 이같은 발언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우리가 아는 사실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있고 싸우기 어렵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즈(NYT)는 “WHO의 발언이 과학계의 발언보다 뒤처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WHO는 지난 5일에서야 공공장소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이미 대다수 국가에서는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거나 권고한 상태다.

공기 중 비말에 의한 코로나19 전염 가능성에 대해서도 WHO는 여전히 “전염병 확산의 주요 원인은 아니다”는 입장을 꺾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WHO가 정보의 출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논란에서도 반 케르크호베 팀장은 자신의 발언 출처가 감염자 동선 추적이 잘 돼 있는 국가들의 2, 3개 연구 결과라고만 밝혔을 뿐, 어떤 연구인지 어떤 국가들을 대상으로 했는지 말하지 않았다.

이같은 비판은 심지어 WHO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로렌스 고스틴 WHO 협력센터 소장은 NYT에 “WHO는 최우선 책임은 과학계의 리더가 되는 것이다”라면서 “그들이 어떠한 과학적인 출처나 연구결과를 대지 않고 일반적인 과학적 상식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 그 신뢰성은 크게 떨어진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