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가습기 살균제 수사 이마트·애경 등 확대 가능성
by민재용 기자
2016.05.08 21:30:00
정부 CMIT 위해성 조사로 애경·이마트도 수사 대상 포함될 듯
서울대 등 학계도 수사대상, 英옥시 본사 임직원 처벌 관심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검찰은 현재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성분이 들어간 살균제에 대해서만 수사를 하고 있지만, 정부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등 다른 원료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수사 대상 기업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회사들 뿐 아니라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서울대 등 학계와 영국 옥시레킷벤키저(옥시)본사에 대한 수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 ▲ 신현우 옥시 전 대표가 지난달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수사와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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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는 옥시에 집중돼 있다. 검찰은 역학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PHMG 성분이 들어간 옥시의 살균제로 103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고 있다. PHMG 성분이 들어간 살균제를 만들어 판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조만간 검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환경부가 최근 CMIT와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 등을 원료로 사용한 제품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향후 수사 대상 기업이 더 늘어날 수 있다.
검찰도 정부가 객관적인 조사로 피해 사실을 입증해 낸다면 CMIT와 MIT 성분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에 대해서도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조사 결과에 따라 이 원료를 사용해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거나 판매한 애경, 이마트, GS리테일 등도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가 과학자가 아니니만큼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직접 밝혀낼 수 없다”며 “정부나 학계에서 객관적 조사로 피해 여부를 밝혀낸다면 수사에 착수한다는 게 검찰 입장”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의 흡입독성 실험을 진행한 서울대 등 학계에 대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검찰은 이미 지난주 옥시의 용역을 받고 실험을 진행한 서울대 조모 교수를 구속하고 호서대 연구실과 연구진의 자택 등도 압수수색했다.
이 대학 연구진들은 옥시로부터 뒷돈을 받고 실험 결과를 조작해 ‘폐 손상과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준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연구진이 실험 조작에 관여했는지 밝힐 계획이다.
영국 옥시 본사에 대한 수사 진행 여부도 관심이다. 현재 검찰은 옥시 한국지사 관계자들을 통해 영국 옥시 본사 임직원들이 사건 은폐와 축소에 가담했다는 증언과 정황 증거를 여럿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과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 등이 옥시 영국 본사에 항의하기 위해 4일 오전 출국하기에 앞서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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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옥시 본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는 뚜렷하다. 다만 이들이 주로 영국에 거주하고 있어 검찰의 수사에 얼마나 협조적으로 나올지는 미지수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가 있으면 영국 옥시 본사 임직원에 대한 수사도 진행할 것”이라며 “현실적 한계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번 사건의 의혹을 모두 밝힌다는 의미에서 수사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