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증시루머 그림자, 그 속엔 `작전이 숨어있다`

by유재희 기자
2012.02.21 15:15:12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지난달 6일 ‘북한 영변 경수로 대폭발’이라는 루머가 돌면서 증시가 출렁거렸다. 장중 1860선에서 거래되던 코스피는 루머가 퍼진지 10분 만에 1824포인트까지 곤두박질쳤다. 경찰 조사결과 파생상품을 이용해 시세차익을 노렸던 작전세력의 소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7월 한 장의 사진이 증권가 메신저에 떠돌면서 상장사 D사의 주가가 갑자기 급등했다. 등산복 차림의 문재인 이사장과 얼굴이 가려진 한 남성이 함께 찍은 사진이었는데, 사진 속 남성이 D사 대표라는 소문 때문. 사진을 올린 사람은 개인투자자 A씨였다. 금융당국 조사 결과 A씨는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문재인 이사장과 관련된 인터넷 까페에서 찾아낸 사진 속의 남성을 D사의 대표이사인 것처럼 조작해 유포했다. 
 
지난 2010년 `유명 제약회사가 동물용 백신 시장 강화를 위해 백신 전문 업체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한 언론사의 기사가 증권가 메신저 및 증권 전문 사이트 등에 올라왔다. 인수 대상 업체의 주가는 순식간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내용은 곧바로 다른 언론사로 마구 퍼져나갔다. 하지만 검찰 조사결과 이 기사는 주가조작 일당과 짠 고등학생 K군이 쓴 가짜였다.
 
최근 증권가 메신저를 통한 유언비어가 넘쳐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정일 위원장 사망설에 이어 한달 뒤엔 김정은 사망과 중국의 북한 파병설 등 각종 북한 관련 루머로 주가가 요동치기도 했다.
 
또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이벤트에 편승한 각종 루머도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회사 대표가 특정 정치인과 같은 고향, 같은 학교 출신으로 친분이 있다거나, 특정대선주자가 당선될 경우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루머 뒤에는 작전세력이 숨어 있다고 본다. 루머에 취약한 국내 증권시장의 약점을 이용해 `한방`을 노리는 세력이 늘고 있는 것.
 
더 큰 문제는 세력들이 각종 루머를 `뉴스`인양 재가공해 유포하고 있어, 선의의 피해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원전 폭발설이 불거졌던 지난달 6일 국문으로 유통되던 허위정보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번역기를 통해 도쿄통신 발 기사로 재가공돼 유포됐다.
 
또 수년 전 나온 기사를 날짜만 바꿔 유포하는 방식도 흔하다. 이 밖에 기자 및 증권사 애널리스트 이름을 사칭해 허위 보도자료를 만든 뒤 증권가 메신저 등을 통해 전파시켜 소문을 퍼뜨리는 방법도 사용되고 있다. 
 
작전 세력들은 본인이 원하는 지수 방향에 맞는 호·악재성 루머를 유포,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락 할 경우 미리 사둔 금융투자상품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특히 증권가 메신저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지는 정보가 실시간으로 주가를 움직이는 특성을 이용한 초단타 주가조작이 행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테마주와 악성 루머 유포자에 대해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루머 유포 초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감시 기능을 확대하고, 유포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수사기관과의 공조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금융당국은 테마주 특별 조사반을 새로 만들고, 수사기관과의 공조를 강화하는 등의 대처방안을 지난달 초 내놨다.
 
당국은 테마주 관련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조사결과에 대해서는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의 긴급 조치권을 활용, 검찰에 고발 또는 통보하기로 했다. 
 
또 '테마주 특별 조사반'을 금감원내 신설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특별 조사반은 테마주에 편승한 시세조종 및 북한 루머와 관련된 부정거래 등을 전담한다. 특히 테마를 생성하는 세력과 관련자들의 부정거래 등에 대해 즉시 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현재 금감원과 거래소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합동 루머 단속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거래소는 또 시장경보조치를 강화해 작전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