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vs 檢, 외환카드 감자 철회배경 공방

by백종훈 기자
2008.01.11 18:16:06

(종합)그레이켄 "도산가능성, 주주·노조반발 때문"
검찰 "감자철회로 헐값인수 노린 것 아닌가"

[이데일리 백종훈기자] 론스타 펀드의 존 그레이켄 회장과 검찰은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11일 서울중앙지법(형사 24부 이경춘 부장판사)에서 팽팽한 법정공방을 펼쳤다.

이 사건의 핵심쟁점은 외환은행(004940)을 인수한 론스타가 지난 2003년 11월 외환카드를 흡수·합병할 당시 외환카드의 감자를 추진했다 철회한 진짜 배경이 무엇이냐다.

감자 추진설이 시장에 퍼지면서 외환카드 주가가 급락했고 론스타가 헐값에 외환카드를 인수한 것이 아니냐는 것.

또 합병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금융감독당국이 론스타에 외환카드를 인수하라는 압력을 행사했는지도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2003년 11월19일 컨퍼런스콜(전화회의)을 통해 감자조치를 연계한 외환카드 합병안(案)을 검토했지만 여러 문제를 발견, 일주일후 철회했다"고 밝혔다.

그는 "감자 조치를 실행할 경우 수개월의 시간이 걸려 외환카드 채권단이 외환카드를 부도처리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고 설명했다.

또 "감자조치에 대해 기존 외환카드 주주가 강력 반대했으며, 실사 과정에서 외환카드 노조의 반대도 컸다"고 덧붙였다.

반면 검찰은 그레이켄 회장 등이 미리 감자가 어려울 것임을 알고도 일부러 감자설을 퍼뜨려 외환카드 주가를 조작, 헐값인수한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검찰은 "론스타가 11월20일 외환은행 이사회를 거쳐 21일 외환카드 감자추진 계획을 밝혔었다"며 "이후 28일 돌연 외환카드 주식을 시가매입 방식으로 합병키로 한 것은 석연치 않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레이켄 회장 등이 자문사인 씨티그룹으로부터 이미 11월초 허위 감자설로 외환카드 주가를 떨어뜨리자는 문건을 건네받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감자설로 외환카드 주가를 일주일새 폭락시킨 뒤, 감자계획을 철회함으로써 외환카드를 싸게 인수한 것이 아니냐"고 덧붙였다.





또 다른 쟁점은 론스타가 외환카드를 합병한 진정한 이유가 무엇이냐다.

그레이켄 회장은 외환카드 합병에 대해 썩 내키지 않았지만 금융감독원의 압력 때문에 강행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감독원 인사들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가 외환카드의 유동성 위기를 지원하는 것이 금융안정성 제고 차원에서 필요하다며 압력을 가했다"고 말했다.

그레이켄 회장은 외환카드 합병으로 10억 달러의 추가 손해를 봤기 때문에 관련투자는 실패한 투자가 됐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론스타가 미리 의도한 합병을 금융감독원 탓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검찰은 "11월20일 이전에 론스타가 자문사인 씨티그룹, 김앤장 등과 합병을 검토하지 않았느냐"며 "이는 여러 문건과 e메일 등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씨티그룹 외환카드 관련팀에 근무한 스캇 오(오창민) 등이 증언한 바에 따르면 론스타 핵심인사들은 외환카드 감자철회를 미리 계획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론스타와 검찰은 론스타 각 펀드의 특수목적법인(SPC) 수익률 조작에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가 연루됐었는지에 대해 큰 견해차를 보였다.

그레이켄 회장은 "스티븐 리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가 한국 펀드내의 SPC간에 수익률을 이전한 것은 컨트리매니저였던 스티븐 리의 범죄"라며 "유회원 전 대표와 회장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스티븐 리를 횡령 등의 혐의로 미국 법원에 고소한 상태라고 밝혔다.

검찰은 "유 전 대표가 스티븐 리 밑에서 실무에 관여하지 않았나"라며 "잠적한 스티븐 리 탓으로만 모는 게 아니냐"고 추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