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강종구 기자
2006.03.15 15:44:40
공영재개발 요건 3분의 2이상에서 51%로 낮춰야
보상위원회서 정한 보상수준도 주민동의 받도록
[이데일리 강종구기자] "신도시 개발로는 강남 집값을 잡을 수 없고 강북을 강남화 시켜야 한다"고 역설한 박승 한국은행 총재. 15일 오전 은평구청에서 연설을 마치고 한국은행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가 있는데 깜박 잊고 말을 안했다"며 공보실장을 찾았다.
이날은 박승총재가 3월말 임기만료를 앞두고 그동안 한국은행 총재라는 자리때문에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얘기들을 본인 스스로의 표현대로 "작심하고" 펼쳐 놓은 자리였다.
박 총재는 강연을 해달라는 은평구청측의 요청이 들어왔을 때, `내가 이 이야기는 꼭 한번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박 총재는 이날 강연에서 "신도시 건설은 구멍뚫린 독에 물 붓는 격"이라며 ▲강북의 대단위 공영재개발을 통한 초우량 주택지화 정책 ▲구별 세수 균등화 조치 ▲서울시를 하나로 하는 단일학군추첨제 실시 및 상대평가에 의한 내신중심체제로의 대학입시 전환 ▲수도권과 지방간 조세부담율에 격차를 두는 방식을 통한 산업입지의 지방분산화 등 4가지 대책을 제안했다.
이중 첫번째는 `강북의 강남화`의 가장 실천적인 대책. 주거환경이 낙후돼 있는 강북지역을 정부가 나서서 강남처럼 살기 좋은 환경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총재는 공보실장에게 ▲공영재개발을 위한 주민 동의를 현행 3분의 2이상에서 51%로 낮추고, ▲보상수준은 중립적인 보상위원회를 만들어 정하고 주민동의를 받을 때 보상수준에 대한 보상도 같이 받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기자들에게 전하라고 지시했다.
공영재개발이 실제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 두가지 장치가 꼭 필요하다는 것. 정부가 제시하는 수준에 비해 주민들의 보상 수준이 너무 높아 재개발이 좌절되기 쉬운데다 3분의 2 이상의 동의도 너무 까다로운 조건이라는 것이다.
이런 제안은 박총재가 과거 건설부 장관을 하면서 분당 신도시와 일산 신도시를 직접 만들었던 경험에 의해 나온 것.
분당의 경우 당시 땅값이 평당 3만원 선이었는데 보상은 평당 15만원 가량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당시 정부가 세웠던 보상기준인 평당 7만원보다도 2배나 더 지출이 된 것. 3만원이었던 땅값이 신도시 건설 계획이 나온 것과 더불어 급상승했고, 주민들의 보상 수준에 대한 눈높이는 그보다도 2배는 빠르게 올라갔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 공영재개발을 할 때 주민들이 받는 보상은 프리미엄 기준으로 30~50% 정도라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100%도 간다고.
재개발을 하면 주거환경이 크게 개선이 되기 때문에 집값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고, 개발의 혜택을 해당지역 주민들이 우선적으로 가져가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라는게 박총재의 판단. 그러나 재개발 조건이 너무 까다롭고, 보상수준이 너무 높으면 오히려 재개발이 지연되고, 너무 많은 예산지출로 재개발 활성화도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