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양희동 기자
2016.11.06 14:51:11
檢 대가성 없어 안종범 전 수석 직권남용 혐의 구속
대가성 없는 출연 어렵단 주장..뇌물죄 적용 관심
CJ·롯데·삼성 등 직접적 대가는 드러나지 않아
부영은 세무조사 무마 요구 의혹 불거진 상태
[이데일리 양희동 조용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설립과 운영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미르·K스포츠재단에 수백억원의 거액을 출연한 대기업들에 대해 검찰이 뇌물죄를 적용해 수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가 직접 나서 출연금을 요구한 정황이 나온 만큼 기업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기금모금에 참여한 것이 과연 선의에 의한 것인지, 특혜를 바라고 응한 것이 아닌 지 따져봐지만 안종범 청와대 전 수석 등이 전경련을 기금 모집책으로 앞세워 기업들에 ‘압력’을 넣은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6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와 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안 전 수석에 대해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안 전 수석은 전날 오후 2시에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해 “내가 대통령을 잘못 보필한 데 대해 책임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수석은 최순실씨의 지시를 받고 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800억원의 출연금을 내도록 강요하고, 롯데그룹에 70억원의 추가기부를 대신 요구한 혐의(직권남용)를 받는다.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장애인 펜싱팀을 만들 때 최씨 개인 회사인 더블루K와 대행사 계약을 맺도록 지시한 부분도 직권남용 혐의에 포함된다. 안 전 수석은 또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인 ‘포레카’를 인수한 중소 광고업체에 지분 80%를 최씨의 측근인 차은택 영상감독 측에 매각하라고 강요했다는 혐의(강요미수)도 받고 있다.
안 전 수석이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됐지만 대기업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거액의 돈을 건넸다는 부분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권 실세에 대한 투자 차원에서 돈을 건넨 것으로 의심되기 때문에 관련 기업들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제3자뇌물수수에 대해선 최씨와 안 전 수석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과 대기업 등에게 자금 출연을 강요했지만 대가를 약속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뇌물죄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전경련과 대기업이 부정 청탁과 함께 돈을 건넸다는 정황이나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나온 정황들로는 대기업들이 총수의 재판 결과나 검찰 수사 등으로 인해 마지못해 출연금을 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A사 관계자는 “대통령이 필요하다면 검찰수사를 받겠다고 공언한만큼 수사진행과정에서 시시비비는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검찰이 수사에 나선 만큼 경제살리기가 중단돼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정치권력에 ‘삥’을 뜯긴 기업들이 이번 사태의 피해자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이권사업을 챙기거나 세무조사, 검찰수사 등을 피하기 위해 정치권의 요구에 응하거나 자발적으로 돈을 상납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적자를 보며 어려움에 빠졌었던 당시에도 한진그룹에게까지 자금 출연을 요구했던 정황을 보면 기업의 자금모음은 선의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하긴 어려울 것 같다”면서 “다른 기업들도 과연 선의에 따라 최순실씨 측을 지원했을지는 의문이다. 검찰 수사결과를 보며 그 진위여부를 확인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C사 관계자는 “사실상 여러 기업이 외압에 의한 지원을 한 것으로 드러난 상황에서 대통령이 선의의 도움이라고 표현한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안 전 수석을 상대로 박 대통령 지시를 받고 출연금을 모금했는지, 출연금에 대가성이 있었는지, 최씨의 지시를 받고 또 다른 이권에 개입했는지 등을 캐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