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두 남자' 콤스와 웨슬러 굴리는 돈 늘어난다
by권소현 기자
2016.05.19 10:46:39
올초 인수한 프리시전 연금펀드 콤스와 웨슬러에게 맡겨
위탁비중 줄이고 자체 운용 확대…''주식비중 절대적''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버크셔 해서웨이의 애플 투자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아니라 투자팀 토드 콤스와 테드 웨슬러가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때 헤지펀드 매니저였던 이들은 버핏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으면서 버크셔의 포트폴리오뿐 아니라 인수한 회사의 연금펀드로까지 점점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장기투자 수익률에 주식만 한 게 없다는 버핏의 철학대로 보수적인 연금펀드에서 주식 비중을 80~90%까지 끌어올리는 한편 버핏이 그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던 정보기술(IT)주로도 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버크셔가 올해 인수한 항공부품 공급업체 프리시전 캐스트파츠의 연금펀드 운용을 콤스와 웨슬러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는 버크셔 자회사의 연금펀드 운용에 있어서 점차 위탁 비중을 줄이고 직접 운용하겠다는 버핏의 계획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콤스와 웨슬러에 대한 버핏의 신뢰도 한몫했다.
지난 2010년 버지니아주 샤롯빌에서 작은 사무실을 내고 헤지펀드를 운영하던 웨슬러는 워런 버핏이 자선행사 차원에서 매년 실시하는 ‘버핏과의 점심’ 경매에 무려 2만6000달러(약 3078만원)을 써내 낙찰받았고, 다음 해에도 또 도전했다. 두 번째 식사 후 버핏은 그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했고, 결국 웨슬러는 자신의 펀드를 정리한 뒤 버크셔에 합류했다.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는 물론이고 일부 M&A에서 버핏을 돕기도 했다. 지난해 독일 오토바이 의류 및 액세서리 업체인 데트리프 루이스 모토라트페에트립스 인수가 대표적이다.
토드 콤스는 버핏과 콜롬비아 경영대학원 동문이다. 은행 감독당국에서 보험 애널리스트로 일했고 헤지펀드에서 금융업종 주식 분석을 하다 2005년 자신의 헤지펀드인 캐슬포인트를 설립했다. 가치투자를 주창했던 그는 4억달러 가량을 운용하면서 높은 수익을 냈고, 이것이 버핏의 관심을 끌었다. 2010년 캐슬포인트를 접고 버크셔로 이직, 자금운용을 시작했으며 버핏을 도와 듀라셀과 프리시전캐스트파트 등을 인수하는데 기여했다. 버크셔의 작은 자회사 경영을 맡기도 했다.
이들이 합류하면서 기존 굴뚝주에 국한돼 있던 버크셔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IT로 다양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애플 주식 981만주를 10억7000만달러에 취득한 것도 이들의 판단이었다.
버핏 버크셔 회장은 지난달 열린 연례 주총에서 “투자팀은 지난 10~15년간 뜬 특정 산업이나 업종에 대해 상당히 많이 알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신뢰를 드러낸 바 있다.
프리시전 캐스트파트 연금펀드까지 맡게 되면 각각 90억달러씩 굴리고 있는 콤스와 웨슬러의 운용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프리시전 캐스트파트의 포트폴리오 구성에도 대폭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버크셔가 인수한 회사의 연금펀드는 일반적인 연금펀드와 다르다. 연금펀드는 보수적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보통 채권비중이 높고 일부만 주식에 분산 투자하지만 버크셔는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주식이 다른 자산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버핏 회장의 신념 때문이다. 콤스와 웨슬러 역시 몇몇 특정 주식을 골라서 몰빵하는 스타일이다.
버핏 회장은 “한 연금펀드는 7~8개 종목을 보유하고 있고 다른 연금펀드 하나는 아마 13~14개 종목을 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버크셔가 투자한 철도회사 벌링턴노던산타페이(BNSF)의 20억6000만달러에 달하는 연금펀드 중 주식 비중이 90%에 달한다. 가장 최근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단 세 종목이 펀드 자산의 47%를 차지했다. 2011년 버크셔가 인수한 미국 화학업체인 루브리졸은 2014년 말 현재 5억8500만달러 규모 연금펀드 중 92%를 주식에 투자했다. 3년 전 66%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비행사 훈련회사인 플라이트 세이프티의 3억7700만달러짜리 연금펀드에서는 주식 비중이 88%다. 2011년 말 39%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리스크가 있지만 만일 주가가 하락하거나 톰스와 웨슬러가 잘못된 판단으로 돈을 까먹을 경우 버크셔가 보유하고 있는 580억달러 규모의 현금으로 어느정도 부족분을 충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