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개발 백지화… 리모델링·분할개발 추진

by박종오 기자
2013.06.25 13:30:27

가동부터 진양상가까지 7개동 존치관리구역 지정
상가 주변 7개 구역은 분할개발..4구역은 기존 유지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한국 현대 건축의 거장인 고 김수근씨가 설계한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인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가 전면철거 방식의 재개발에서 보존을 위한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전환한다. 또 함께 개발 예정이던 주변 지역은 종전의 대규모 통합개발 대신 사업면적을 10분의 1 가량 줄인 소규모 분할개발이 추진된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세운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25일 발표했다.

먼저 시는 전면철거 뒤 공원을 만들 예정이었던 촉진구역 중심부의 세운상가 가동부터 진양상가까지 7개동을 주변 개발구역과 분리해 존치관리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보존을 원칙으로 주민, 전문가, 공공이 협의해 리모델링 등 새 관리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제원 시 도시계획국장는 “세운상가군은 안전점검 결과 일부 수선을 통해 계속 사용이 가능하다고 판단됐다”며 “공원조성에 들어가는 사업비 1조4000억원 조달 문제와 주변구역과의 통합개발로 인한 주민 갈등 등을 고려해 보존 방식의 활성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가의 건물 옥상 등을 입체녹지로 활용해 종전 정비계획 상의 남산과 종묘를 잇는 남북 녹지축 조성방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주민 협의를 거쳐 리모델링 가이드라인과 상가 활성화 방안 등을 마련한다는 게 시의 방침이다.

상가 주변의 8개 구역으로 구성된 기존 재정비촉진지구는 소규모 분할개발이 추진된다. 구역당 평균 3만~4만㎡에 달하는 부지면적을 산업이 활성화된 곳은 약 1000~3000㎡, 노후화한 곳은 3000~6000㎡로 쪼개 점진적 개발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재 사업시행인가를 준비중인 4구역은 기존 사업 규모가 그대로 유지되지만 나머지 7개 구역에는 분할 개발이 적용된다.

구역 내 건축물의 층고는 사대문 안 경관을 고려해 최고 90m 이하로 제한된다. 시는 종로와 퇴계로 변 건물 높이는 최고 70m 이하로 낮추고, 종묘와 인접한 2·4구역은 문화재 심의 결과를 반영해 높이를 차등 적용할 예정이다. 층고 제한으로 용적률 확보가 어려운 구역은 기존 60%에서 최고 80%까지 완화된 건폐율을 적용받게 된다.



아울러 도심부 상업지역 용적률인 600%를 기준으로, 도심산업 활성화구역은 100%, 산업기능이 쇠퇴해 용도전환이 필요한 구역은 200%까지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기반시설을 기부채납하면 추가 혜택을 주겠다는 게 시의 계획이다.

이 국장은 “개발규모 및 밀도를 고려해 기반시설 부담비율을 낮춰 주민 부담을 줄여주고 사업 촉진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시는 구역 내 비주거시설에 연면적의 10%만큼 오피스텔을 추가로 신축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다. 토지용도가 상업지역인 경우 전체 연면적의 50% 이상을 상가나 오피스 등 비주거시설로 조성해야 하지만 오피스텔을 더해 사업성을 높여주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주거비율의 30%를 전용면적 60㎡의 소형주택으로 짓도록 하고 이 비율을 초과할 경우에는 추가로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도록 했다.

시는 장기적으로 도심산업 발전을 위해 개발구역 안에 산업 앵커시설 등을 유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인쇄, 조명, 귀금속등 기존 사업을 고도화하고, 영상, 미디어 콘텐츠 등을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변경안은 지난 2006년 재정비촉진지구 지정 뒤 총 3단계 중 1단계 사업 만을 마치고 답보 상태에 놓인 세운상가 일대 정비사업의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종로와 을지로 3~4가 일대 43만8585㎡에 길이 1km의 대형 녹지축을 중심으로 주변부에 35층 이상 주상복합을 건설해 노후화한 도심을 되살린다는 계획이었지만 사업성 하락과 층고 제한, 이해관계자 대립 등으로 사업은 진척을 보이지 못해왔다.

이 국장은 “이번 변경안은 과거 수립된 개발계획을 뒤집는 게 아니라 여건 변화를 반영해 내놓은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주민 부담을 낮춰 사업 촉진과 도심 재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