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민재용 기자
2011.09.22 15:19:52
은행권 자금난 갈수록 심각..BNP, 자산매각 시도
정부도 지원 여력 없어..금융위기 때보다 사태 심각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금융권에 위기감이 돌고 있다. 자본사정을 들어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미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 시작돼 실물경제로 확산된 지난 2008년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과 유럽 정부가 3년 전처럼 금융권을 지원사격할 여력도 없어 현 사태가 당시 위기 때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 신평사들이 미국과 유럽 주요 은행의 신용등급을 내린 이유는 이들의 기초 체력이 이미 바닥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럽계 은행들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심화되자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다. 재정위기에 불안감을 느낀 예금주들이 금융권에서 대거 자금을 빼낸데다가 유럽 각국의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등 자본시장도 흔들려 원활한 자금 조달도 어려워졌다.
유럽계 은행들은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긴급 자금을 지원받아 자금난을 일시나마 해소해 왔다. 그리스와 아일랜드 은행들은 지난 8월 ECB로부터 각각 1000억유로를 대출받았다. 스페인 금융권도 지난 한 달간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960억달러의 긴급자금을 지원받았다.
돈줄이 막힌 유럽 은행들은 아시아 지역으로 자금 조달처를 확대하려는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 자금난이 심각한 일부 은행은 자산 매각을 통한 자금 수혈 방법도 병행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카타르가 BNP파리바 지분 인수에 나섰으며 다른 프랑스 은행들과도 비슷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소시에테 제너럴(SG) 등 유럽계 은행들이 아시아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미국과 유럽의 각국 정부가 현재 금융권이 겪는 자금난을 해소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 금융권은 지난 2008년에도 심각한 자금난을 겪었다. 당시엔 미국과 유럽의 각국 정부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돈줄이 막힌 금융권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은행권의 연쇄 도산을 막았고 각종 경기 부양책을 도입해 경기도 회복세로 돌려놓았다.
그러나 현재 막대한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정부는 금융권이 겪고 있는 자금난 해소를 도와줄 여력이 없다.
미국 정부는 향후 10년간 3조달러 규모의 재정적자를 줄여야 할 처지며 유로존도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 등의 재정적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말 그리스의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5.5%에 달했다. 스페인 재정적자도 GDP 대비 9.2%로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현재의 금융권 위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증가하고 있다.
무디스도 미국 3대 은행에 대한 등급 강등 배경으로 정부의 은행 지원 가능성이 줄어든 점을 들었다. 무디스의 션 존스 부사장은 지난 6월 "최근 미국 정부가 아무리 중요한 금융기관이라고 할지라도 무조건 구제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며 미국 은행권의 신용등급 강등을 미리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