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학선 기자
2009.06.24 15:13:56
회사채 발행 사실상 중단..대체수단 강구
유동화로 조기현금화..기관들 투자의사 보여
[이데일리 이학선기자] 아시아나항공(020560)이 자금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올초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한데 이어 최근에는 미래에 받을 현금을 앞당겨 사용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차입금 상환과 영업환경악화를 대비해 사전에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유동화증권(ABS)는 신용카드사로부터 받을 항공권 판매대금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이용객들이 항공권 구매대금을 카드로 결제하면 그 돈을 ABS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는 조건으로 돈을 빌리는 것이다. 무보증으로 발행되는 일반 회사채와 달리 ABS는 신용보강을 거쳐 발행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미래에 받을 돈을 앞당겨 사용하는 방식이라 잦은 ABS 발행은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신평사 관계자는 "매출채권을 현금화하면 당장의 유동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만 미래에 받을 현금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부정적 효과도 있다"며 "아시아나항공 자체적으로도 유동화 규모와 비중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01년 장래매출채권 담보의 ABS 발행을 시작, 2004년에는 ABS가 총차입금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자산유동화 비중이 높았다. 이후 현금흐름개선, 대체조달수단 확보 등으로 자산유동화 조달비중이 감소했으나 영업환경 악화와 금융시장경색으로 올해 또다시 자산유동화 조달을 늘리는 추세다.
아시아나항공이 자산유동화를 주요 자금조달 수단으로 삼은 것은 일반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은 투자등급 하한선(BBB-)보다 한단계 높은 BBB에 불과하다. 특히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유동성 우려가 높아진 상태라 국적항공사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증권사 크레딧애널리스트는 "자산유동화 발행의 첫째 목적은 자금시장에 대한 접근이 유리하기 때문"이라며 "아시아나항공도 지금의 신용등급으로는 회사채 발행이 어렵기 때문에 발행비용 등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자산유동화를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우건설 지분 인수 때만해도 필요한 자금을 내부재원으로 충당했으나 지난해 대한통운을 인수할 땐 교환사채나 인수금융 등 외부차입으로 대부분의 인수대금을 지급하면서 재무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지난 3월말 현재 총차입금은 4조3120억원에 달한다. 대한통운 인수직전에 비해 2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지난 5월 대한통운의 유상감자로 약 7100억원의 현금이 유입됐지만 영업현금창출력이 둔화되고 있어 차입금 부담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행히 이번 ABS는 기관투자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발행된 대한통운 회사채나 오는 26일 발행될 대우건설 회사채는 주로 개인이나 신협 등 소액투자자 대상으로 판매됐거나 판매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ABS는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비교적 적극적으로 매입의사를 보이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금리는 높고 신용등급도 괜찮아 발행물 소화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며 "특히 3개월이나 6개월 등 단기물은 장기물에 비해 신용리스크가 덜하니까 찾는 곳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