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IC 발명자 잭 킬비 `역사 속으로`

by김경인 기자
2005.06.22 15:46:10

[edaily 김경인기자] "인류의 역사와 삶의 방식을 `실제로` 변화시킨 인물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나는 헨리 포드, 토마스 에디슨, 라이트 형제, 잭 킬비(Jack Kilby) 등이 그러한 인물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류를 가장 크게 변화시킨 독창적인 발명을 하나 꼽으라면, 그것은 킬비가 직접회로(IC)를 개발한 것이다"(톰 엔지버스) 세계 최초로 IC를 고안해 현 IT산업의 초석을 마련한 잭 킬비가 20일(현지시간) 8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한 때 자신이 몸 담았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톰 엔지버스 회장으로부터 에디슨에 버금가는 인물이라는 극찬받았던 IT산업의 거장은 짧은 암 투병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924년 미국 캔자스주 그레이트벤드에서 태어난 킬비는 작은 전력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어린시절 격렬한 눈보라로 전화와 전기가 모두 두절됐을 때, 아마츄어 기사들과 복구작업을 하는 아버지를 보고 처음 전기공학에 대한 흥미를 갖게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뒤 1947년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센터럴랩에서 근무했고, 1950년 위스콘신 대학에서 전기공학 석사과정을 이수했다. 킬비의 경력은 1958년 당시 TI 개발부의 윌리스 애드콕의 권유로 TI에 합류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그는 그해 여름 대부분의 동료들이 여름 휴가를 떠나 텅 빈 연구소에서 인류에 대한 위대한 선물인 IC를 처음으로 착안하게 된다. "나는 당시 평소보다 더 오래 책상앞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IC의 대체적인 그림은 그날 대부분 형성된 것 같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설 땐 공책에 이미지 하나를 그린 상태였고, 그걸 곧 상사에게 보여줬다. 그 이미지는 보잘것 없는 낙서 같았지만, 상사는 그것의 중요성을 인식했다"(1980년 EE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IT업계와 세계를 바꾼 IC 발명은 그해 9월 처음으로 현실화됐다. TI는 1960년 소비자 평가를 위해 첫 IC를 선보였고, 2년 뒤인 1962년 첫번째 IC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공군에 판매된 22개의 특수 회로는 당시 대륙간 탄도탄 미사일에 사용됐다. 킬비는 IC를 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헤리베르트 크뢰머 등과 공동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으며, 이에 앞서 1983년에는 미국 기계기술협외의 홀리메달을 받기도 했다. 또한 미국과학상과 미국기술상을 둘다 수상한 미국인 13명중 한 명이기도 하다. 노벨상이 주는 무게감으로 IC가 부각됐지만 그는 그 밖에도 휴대용 전자계산기와 열전사 프린터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고,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전기공학 관련 특허권만도 무려 60여개에 달한다. 킬비는 1968년까지 TI의 기술관련 요직을 두루 거치고, 이후 경영관련직을 맡은 뒤 1970년 TI를 떠났다. 그러나 그 후에도 비상근 고문으로 연을 이어갔으며, 광학 부품 공급업체인 북함 테크놀러지의 이사직을 맡기도 했다. 집적회로(integrated circuit)이란, 많은 전자회로의 소자들을 하나의 기판 위에 혹은 기판 자체에 분리가 불가능한 상태로 결합돼 있는 복합적인 시스템 혹은 전자소자를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