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가매수 없나 했더니… "美비트코인 ETF 투자자 평균 8~9% 손실"

by이정훈 기자
2026.02.03 07:12:35

블룸버그, 글래스노드 데이터 인용 "현물ETF 투자자 평가손실 구간"
"작년 말엔 패닉성 약세장, 지금은 매수 공백에 따른 하락장" 분석
"새로운 촉매나 내러티브 없으면 저가매수세 살아나기 힘들 듯"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비트코인이 지속적인 가격 하락으로 인해 지난해부터 집중 유입됐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도 평가손실 상황에 처했다. 이 때문에 가격 메리트가 생긴 상황에서도 저가 매수(buy the dip)가 적극 유입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비트코인에 대한 매물폭탄 속에서도 그동안 시장에서 가장 믿음직한 매수 기반이 됐던 ETF 투자자들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나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고점대비 비트코인 가격 하락폭(자료=블룸버그)


블룸버그는 디지털자산 데이터업체인 글래스노드(Glassnode)의 숀 로즈 애널리스트가 제시한 데이터를 인용, 미국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통해 시장에 진입한 투자자들의 평균 매입 단가는 코인당 약 8만4100달러 수준으로, 비트코인이 현재 7만85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는 상황에서 이들이 평균적으로 약 8~9% 수준의 평가손실을 입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ETF 투자자들이 손실 구간(‘마이너스’)으로 내려온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비트코인이 한때 8만9600달러를 일시 하회했을 떄에도 당시 ETF 투자자들의 평균 진입 가격을 밑돌았다. 이후 2024년 초 유입분이 여전히 수익 구간에 남아 있는 덕분에 평균 매입 단가는 내려갔지만, 뒤늦게 들어온 자금은 평가손실을 보이고 있는 것.

비트코인은 지난해 고점 대비 35% 이상 하락했고, 전날 한때 7만4000달러대까지 내려갔다. 전문가들은 시중 유동성 축소와 거시(매크로) 측면에서의 불확실성 등이 악재로 작용했지만, ETF라는 확실한 매수 기반이 되는 상품으로의 자금 유입이 실종된 것도 한몫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시장 데이터업체인 소소밸류(SoSoValue)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월 미국 주요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비트코인 현물 ETF 12개 상품에서 총 16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 같은 순유출은 3개월 연속 이어진 것으로, 석 달 연속 순유출세는 지난 2024년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첫 현물 ETF 상품을 승인한 이후 2년 여 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또 이 기간동안 누적 순유출 규모만 해도 60억달러(원화 약 8조7120억원)에 이른다.

이는 2024년 1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처음 출시됐을 당시의 열광과는 대비된다. 당시 ETF들은 자산 축적 속도 측면에서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상품군 중 하나로 꼽혔고, 몇 달 만에 수십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로즈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시장 자금 흐름과 투자자들의 수요를 언급하며 “투자자들은 더 선별적으로 움직이며, 거시 환경과 유동성, 비트코인이 이전 고점 위에서 지속적으로 버틸 수 있는지에 대한 더 명확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지난해 10월의 급락과 이번 하락장을 가르는 차이는 시장의 ‘톤’이다. 10월이 패닉(공포)에 의한 하락이었다면, 이번 하락은 매수 부재에 따른 하락에 가깝다. 로즈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비트코인을 12만5000달러 위로 끌어올린 랠리는 규제 기대, 기관 채택, 강한 개인투자자 기반에 대한 들뜬 낙관이 동력이었다면 10월 폭락으로 레버리지 베팅에서 수십억 달러가 증발한 뒤 당시 매수 주체들은 지금 시장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고 지적했다.

리서치업체 K33의 베틀레 룬데 애널리스트도 이에 동조하며 “현재 하락장은 평균 매입 단가를 기준으로 할 때 역대 두 번째로 깊은 하락폭”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점에서 매수주체들의 매수세를 촉발시킬 수 있는 새로운 촉매나 서사(내러티브)가 살아나지 못하면 시장 심리는 자기강화적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