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휴전까지 뭐라도 해야”…우크라, 모스크바서 러 장군 암살
by방성훈 기자
2024.12.18 10:03:22
화학무기 사용 혐의 러 최고위 장교 대로변서 폭사
우크라 "특수작전" 배후 자처…스쿠터 심어둔 폭탄 ''쾅''
크렘린궁서 불과 7km 떨어진 곳…러 강력 보복 예고
CNN "절실해진 우크라…주도권 잡으려 서두르고 있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시내에서 폭탄이 폭발해 최고위급 사령관이 사망했다.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에 우크라이나가 종전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CNN방송 등에 따르면 2017년부터 러시아의 핵·생화학 방어군을 지휘해 온 이고르 키릴로프(54) 중장이 모스크바 남동부 랴잔스키 아파트 입구 근처에서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 키릴로프 중장이 아파트에서 보좌관과 함께 걸어나오는 도중 대로변에 서 있던 스쿠터가 폭발했고, 두 사람 모두 사고에 휘말려 목숨을 잃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자신들이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SUB의 한 관계자는 자신들이 “특수작전을 시행한 것”이라며 AP통신에 관련 영상이라고 주장하는 영상을 제공했다. 영상에는 폭발이 화면을 가득 채우기 직전에 두 남자가 건물을 나가는 모습이 담겼는데, 키릴로프 중장과 그의 보좌관이라는 게 SUB 측의 설명이다.
SUB가 암살한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SUB가 전날 키릴로프 중장이 금지된 화학무기를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하도록 지시했다며 관련 혐의로 그를 기소했기 때문이다. SUB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부터 화학무기를 사용한 사례가 4800건이 넘는다고 비난했다. SUB 관계자는 “키릴로프 중장은 전범이자 완전히 합법적인 표적”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하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지난 5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제1차 세계대전 때 처음 쓰였던 독가스인 클로로피크린을 사용했다고 확인했다. 이후 영국과 캐나다 등 많은 국가가 키릴로프 중장을 우크라이나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한 혐의로 제재했다.
러시아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CCTV 영상을 수집하며 범인을 추적하고 있다.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와 현지보도에 따르면 스쿠터에 탑재된 TNT 300g의 폭발 장치가 원격으로 작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폭발 사고가 발생한 곳이 크렘린궁에서 약 7㎞ 떨어진 지역이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NYT 등 외신들은 “우크라이나가 명백히 암살한 것으로 보이는 이번 사건은 전쟁 발발 이후 전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모스크바)에서 러시아군 고위 장교가 사망한 가장 유명한 사건으로 기록됐다”고 짚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우크라이나가 군사적 실패로부터 대중의 주의를 돌리려고 시도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군부 고위 정치 지도부는 피할 수 없는 보복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러시아 상원 부의장인 콘스탄틴 코사체프도 텔레그램에 “살인자들은 의심의 여지 없이, 무자비하게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인 매튜 밀러는 “미국은 사전에 그것을 알지 못했고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CNN은 “우크라이나가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하기 전에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긴박함과 절실함이 반영된 작전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직후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한 만큼, 종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AP통신에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반격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