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라자 선봉으로 속속 美 FDA 빗장여는 국산 신약들
by김새미 기자
2024.08.21 14:04:14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유한양행(000100)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 허가를 받은 국산 항암제가 됐다. 렉라자를 선봉으로 FDA의 관문을 두드릴 국산 신약들도 다수 대기하고 있어 K바이오의 선전에 관심이 쏠린다.
|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사진=유한양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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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렉라자와 다국적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리브리반트’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표준 치료법(1차 치료제)에 대해 FDA 승인을 받았다.
유한양행의 이번 FDA 허가는 오랫동안 진행해온 연구개발(R&D) 오픈이노베이션의 첫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한양행은 2015년 국내 바이오기업 오스코텍이 개발한 렉라자를 기술도입했다. 이후 유한양행이 2018년 렉라자를 J&J 자회사 얀센에 12억5500만달러(약 1조6733억원) 규모로 국내 판권을 제외한 글로벌 개발·판매 권리를 넘겼다.
이번 승인으로 유한양행은 조(兆) 단위 기술료와 로열티 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유한양행이 얀센에 기술이전한 이후 수령한 계약금과 마일스톤은 각각 5000만달러(약 666억원), 1억달러(약 1332억원)이다. 미수취금액으로 남아있는 마일스톤은 11억500만달러(약 1조4722억원)에 이른다.
우선 유한양행은 이번 FDA 승인에 따라 존슨앤드존슨으로부터 6000만달러(약 800억원)를 수령한다. 이에 따라 미수취 마일스톤의 규모는 10억4500만달러(약 1조3316억원) 남게 된다. 여기에 상업화에 따른 로열티는 별도로 받게 된다. 로열티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렉라자는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폐암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만큼 글로벌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서는 블록버스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얀센이 설정한 렉라자의 미국 매출 목표는 50억달러(약 6조66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허가로 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는 유럽, 중국, 일본에서도 추가 승인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유한양행이 받는 로열티만 해도 최소 수천억원 규모일 것으로 전망된다.
유한양행이 국내 판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선 보다 수익성이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선 2021년 1월 품목허가를 받고 지난해 6월 1차 치료제로 허가가 확대됐다. 렉라자는 올해 1분기 약 200억원의 처방액을 달성했다. 국내에서 연매출 1000억원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이번 승인은 종착점이 아닌 하나의 통과점”이라며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혁신 신약 출시와 함께 유한양행의 ‘글로벌 톱50’ 달성을 위한 초석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업계에선 유한양행에 이어 10번째로 미국에 진출할 국산 신약 후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HLB(028300)의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과 HK이노엔(195940)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이 중 리보세라닙은 유한양행보다 앞서 FDA 허가를 받은 첫 국산 항암제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 5월 FDA로부터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으면서 심사가 지연됐다. HLB는 자사의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으로 간암 1차 치료제로 승인받기 위해 지난해 5월 FDA에 신약 허가를 신청했었다.
HLB는 내달 중국 항서제약이 신약허가를 재신청할 계획이다. 빠르면 11월에 심사 결과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재제출 자료가 심사 결과가 6개월 뒤에 나오는 클래스2로 분류되면 내년 3월에 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HK이노엔의 케이캡은 빠르면 올 하반기 FDA에 신약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캡은 올해 하반기 비미란성 식도염 임상 3상을 마치고, 내년 상반기에는 미란성 식도염 임상 3상을 종료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연내 비미란성 식도염 임상 결과 발표 후 FDA 허가 신청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비미란성 임상 3상 결과 발표와 FDA 허가 신청은 파트너사의 전략에 따라 시점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올해 임상 결과를 발표하고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중 FDA 허가 신청이 이뤄질 것”이라며 “미국 P-CAB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식도역류성질환 관련 미국 시장 규모는 3조7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FDA 신약 허가를 목표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바이오기업의 신약들도 재조명받고 있다. 지난 7월 글로벌 임상 3상 투약을 완료한 코오롱티슈진의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TC-G’와 글로벌 임상 3상 중인 아리바이오의 경구용 치매 치료제 ‘AR1001’, 한올바이오파마의 중증근무력증 치료제 ‘바토클리맙’ 등이다.
아리바이오는 AR1001의 글로벌 임상 3상을 내년 말 마치고, 2026년에는 톱라인을 발표하고 FDA에 신약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AR1001 임상 3상은 11개국 200곳 이상의 임상시험센터에서 진행 중이다. 세계 최초 다중 기전 경구용 치매치료제에 도전하고 있는 만큼 개발 성공 시 시장성은 충분하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코오롱티슈진의 TG-C는 미국 임상 1상을 착수한 지 18년 만인 지난 7월 미국 임상 3상의 환자 투약을 종료했다. 2026년 7월까지 2년간 추적 관찰을 진행한 뒤 FDA 신약 허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미국 시판이 예상되는 시점은 2028년이다.
한올바이오파마의 바토클리맙의 글로벌 임상 3상 일정은 다소 지연됐다. 파트너사인 이뮤노반트는 임상 3상 결과를 올해 하반기에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내년 3월로 연기했다. 이와 함께 바토클리맙의 알부민 결합 부작용을 개선한 ‘IMVT-1402’의 중증 근무력증(MG) 대상 임상 3상을 개시하기로 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승인된 신약의 65%는 다국적 제약사가 아닌 바이오텍”이라며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텍의 신약 개발 역량이 강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향후 바이오텍의 빅파마로의 기술 거래 또는 인수합병(M&A) 기회가 활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