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서 밤새 피 토해”…치매 환자 식도에서 나온 약 껍질
by채나연 기자
2024.01.17 10:08:06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치매를 앓는 환자가 요양병원에서 알루미늄 약 포장을 삼켜 식도 파열로 대학병원에서 수술받게 되자 가족들이 요양병원 의료진을 경찰에 고발했다.
| 치매 환자 A씨가 삼킨 알류미늄 항생제 약 껍질(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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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전주덕진경찰서는 요양병원의 관리소홀로 치매환자가 알루미늄 약 껍질을 삼켜 식도 봉합 수술을 받은 사건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간호사 B씨 등 2명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뉴스1에 따르면 지난 2022년 8월 18일 전북 전주시 한 요양 병원 치매 병동에 입원 중이던 A씨는 극심한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밤새 피를 토했다.
계속된 통증 호소에 요양병원 의료진들은 A씨를 대학병원으로 이송했고, 검사를 진행했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이튿날 재검사를 했고, A씨의 위와 식도가 만나는 부분에서 알루미늄 재질의 알약 포장지가 통째로 들어가 있는 걸 발견했다.
곧바로 수술에 들어간 의료진은 A씨의 식도 등 상처가 난 여러 부위를 봉합했다.
이후 A씨 가족은 요양병원이 치매 환자인 A씨가 입에 아무거나 집어넣는 행동을 할 수 있음에도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했다며, 요양병원 간호사 B씨 등 2명과 병원장 C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 조사 결과 평소 B씨 등은 종이로 포장된 처방약에 알루미늄 재질로 싸인 항생제 알약을 한 개씩 A씨에게 제공했는데, 사건 당일 의료진이 자리를 비운 사이 A씨가 항생제를 포장된 상태로 삼킨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가족은 “아버지는 대형병원에서 이미 치매 증상 진단을 받은 후 입원한 환자였기에 병원에서 더 신경 써서 관리했어야 했다”며 “의료진들이 아버지가 약을 어떻게 먹었는지 제대로 살피지 않아 이런 일이 생겼기 때문에 이는 명백한 병원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대학병원 응급실 기록을 보면 ‘A씨는 대량의 객혈이나 토혈 시 질식으로 인한 돌연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기재돼 있다”며 “아버지는 이번 사건으로 식도가 파열된 데다 수술 후 누워만 계시다 근육까지 크게 줄어 걷기 힘든 상태까지 됐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A씨 가족은 “병원 측은 사건 발생 초기엔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할 것처럼 하더니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 진정한 사과 한마디조차 없다”며 “지난달 10일 검찰 형사 조정일에 갔더니 B씨 등 당사자들은 나오지도 않고 변호인만 출석해 ‘원하는 금액을 말하라’라고 하더라”고 울분을 토했다.
해당 요양병원 관계자는 “당시 A씨는 스스로 약을 섭취할 수 있고, 충분한 인지 능력을 갖춘 상태였다”며 “A씨가 계속 집에 가겠다고 해 혹여나 병동 밖을 나가 길을 잃을까 봐 차단문이 설치된 치매 병동에 배치해 더 신경써서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건 당일에는 A씨가 아침을 안 드셨길래 식사와 함께 제공한 약을 B씨 등이 다시 회수해 나중에 드리려고 했으나 A씨가 이를 강하게 거부했다”며 “환자가 원하지 않으면 의료진이 강제로 약을 뺏거나 약을 섭취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된 항생제는 병원 처방약이 아니라 A씨 가족이 원해서 제공했던 것”이라며 “사건이 벌어지고 병원 차원에서 도의적 책임을 지려고 A씨 가족에게 사과도 하고, 보상도 해드려고 했지만 요구하는 금액이 너무 커 합의가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A씨 가족은 현재 요양병원을 상대로 민사소송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