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대표소송 공은 소위원회로…경영계 우려는 여전

by조해영 기자
2022.02.27 16:42:58

(종합)대표소송 개정 이번 정부서 결론 못내
소위원회 구성하기로…사용자·근로자 위원 동수 참석
경영계 "사실상 물건너갔지만 3월 주총은 걱정"

[이데일리 조해영 최영지 기자] 국민연금이 지난해부터 논란이 됐던 대표소송 관련 지침 개정을 매듭짓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TF에서 방향을 잡고 다음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한 만큼 공을 넘겨받을 TF 구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용자와 근로자 위원이 동수로 참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다음 달 대선 이후에나 윤곽이 잡힐 것으로 예상되면서 새 정부의 정책방향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경영계에서는 대표소송의 수탁위 위임건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면서도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 기조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2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권 장관 뒤로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등 노동시민단체 회원들이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피켓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7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5일 열린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서 수탁자활동지침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지침 개정안에는 재계 등이 문제 삼고 있는 대표소송 개시 결정 권한 변경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대표소송은 투자한 기업의 이사 등이 기업 가치를 떨어트리는 행위를 했음에도 기업이 이에 대한 조처를 하지 않을 때 주주가 문제가 된 이사를 대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재계에선 결정 권한이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로 넘어가면 국민연금이 투자기업 대상 소송전에 나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 회의에 이어 이번 회의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자 기금위는 기금위원 일부로 일종의 TF인 소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일종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허심탄회한 ‘끝장토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소위원회에서 접점을 찾고 다음 기금위에서 재논의하게 된다. 지침 개정안 가운데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쟁점 사안은 △대표소송 결정주체 일원화 △수탁위의 비경영참여 주주제안 확대 △기후변화·산업안전 관련 중점관리사안 신설 △해외주식 차등의결권 관련 등이다.

소위원회 위원장은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맡을 예정이다. 세부 인원과 구성은 25일 회의에서 확정되지 않았지만, 과거 국민연금 투자기업 이사회 안내서 안건에서 소위원회를 구성했던 사례를 고려하면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대표 위원이 골고루 들어가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기금위에는 사용자·근로자 대표 각 3명과 지역 가입자 대표 6명이 들어 있다. 지침 개정안이 경영계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소위원회 구성 역시 사용자와 근로자 위원은 동수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달 대선이 변수가 될 여지도 있다. 기금위원 가운데는 관계부처(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차관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등도 당연직과 관계 전문가로 들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소수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으려는 소위원회 특성상 관련 위원이 참여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국민연금이 소위원회를 통해 논란 안건을 처리했던 점을 고려하면 소위원회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이지만, 소위원회 특성상 자세한 논의 과정을 알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의 핵심이 대표소송을 넘어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를 바라보는 관점과 불가분이라는 점에서 수탁위 정체성과 권한을 둔 논란은 추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대표소송을 수탁위에 위임하는 안이 다음 정부의 몫으로 넘어가면서 경영계에서는 사실상 무산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새 정부도 경영계의 여론을 무시하고 밀어붙일 수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강화되는 기조라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와 154개사 기업을 상대로 ‘매출 500대 기업 주주총회 애로사항 조사’를 분석한 결과 10곳 중 3곳 꼴로 국민연금이 반대하는 안건의 주총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 1조원 이상으로 비교적 규모가 큰 기업들은 ‘국민연금이 사전에 반대의견을 공시하면 안건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답변이 43.5%로 나타나, 이들 기업들이 국민연금의 영향력을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총을 앞두고 ‘누구의 주주제안(경영권 분쟁 직접당사자는 제외)에 가장 큰 부담을 느끼냐’는 질문에, 기업들은 △국민연금(24.7%) △기관투자자(24.0%) △해외기관투자자(15.6%) △소액주주연대’(15.6%) 등의 순으로 답했다. 또한 국민연금의 자료요구나 질의 등이 예년보다 ‘더 많아졌다’고 답변한 기업이 24.0%로, ‘줄었다’(3.9%) 보다 6배 이상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