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내기만 하면 초대박’…스타벅스 굿즈, 어떻게 만들어지나

by김보경 기자
2021.06.03 11:00:05

스타벅스 여름 e프리퀀시 담당자 인터뷰
비밀유지서약·고객리뷰 반영 1년간 준비
기존 굿즈와 어울리는 게 중요
리셀러 싹쓸이·줄세우기 없애도 여전히 '초대박'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매해 내놓는 굿즈마다 품절 대란을 일으키는 스타벅스. 스타벅스가 여름 e프리퀀시 굿즈로 무엇을 내놓는지를 보면 그해 트렌드를 알 수 있다. 올해는 아이스박스로 사용할 수 있는 ‘서머 데이 쿨러’와 블루투스 스피커 기능이 있는 ‘서머 나이트 싱잉 랜턴’이다.

그런데 전처럼 매장에 줄세우기나, 싹쓸이 리셀러에 대한 불편한 지적은 없다. 모바일 예약제와 수량 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길게 늘어선 줄이 없다 보니 일부에선 올해 스타벅스 굿즈 반응이 예전만 못한 것 아닌가라고 묻는다. 하지만 매일 수량을 체크하는 스타벅스 마케팅팀 담당자들은 “이게 무슨 일이지?”라고 서로 질문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격한 반응에 만족하고 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퇴계로 스테이트타워남산에 있는 한국 스타벅스 본사에서 만난 송재인 브랜드마케팅파트장과 김고은 브랜드마케팅파트너는 “전에는 매장에서 하염없이 줄을 서도 오늘 내가 굿즈를 받을 수 있을 지 조차 확실하지 않았다. 이제는 모바일 예약 시스템을 통해 날짜, 수량, 원하는 제품을 정하고 가니까. 기다릴 필요가 없다. 매장·날짜별로 분산돼 시각적으로만 보이지 않을 뿐 작년 레디백보다 초기 반응이 더 좋다”고 말했다.

송 파트장과 김 파트너가 올 여름 e프리퀀시 업무를 맡은 것은 지난해 6월 말이다. 1년을 준비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e프리퀀시를 맡고 가장 먼저 비밀유지서약서를 작성한다. 서약서 작성 후에는 해당 굿즈를 아이템 A, B로 부른다. 같은 마케팅팀 내에서도 비밀유지는 필수다. 회의도 회의실 블라인드를 내리고, 굿즈를 꽁꽁 싸서 운반해 아무도 모르게 한다. 송 파트장은 “새로운 굿즈에 대한 비밀유지 의미도 있지만, 완벽한 기획으로 제대로 된 제품을 공개하고 싶은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직원이나 매장 파트너에게 굿즈가 공개되는 것은 출시를 3주 정도 앞둔 시점이다.

송재인(오른쪽)한국스타벅스 브랜드마케팅파트장과 김고은 브랜드마케팅파트 파트너가 올해 e프리퀀시 굿즈를 소개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기획의 첫 단계는 바로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앱)에 있는 ‘마이스타벅스리뷰’를 통해 직전 e프리퀀시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다. 좋았던 점, 아쉬운 점, 굿즈로 나왔으면 하는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피드백을 받는다.

고객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을 토대로 의견을 내놓는다. 새로운 굿즈를 제공하려면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계속되는 콘셉트 회의. 이때는 마케팅팀 뿐 아니라 MD(상품기획)팀, 크리에이티브팀도 협력한다. 송 파트장은 “소비자들이 스타벅스 굿즈를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고 있는가를 늘 탐색하며, 그 상황에 더 필요한 굿즈는 무엇이 있을까를 항상 고민한다”고 했다. 그리고 보니 레디백과 캠핑용 의자, 앞서 나왔던 야외용 매트와 대형 수건 모두 연결되는 아이템이다. 캠핑이나 캠크닉(캠핑+피크닉)에 가장 잘 어울리지만 올해 나온 쿨러는 다용도 박스로, 랜턴은 실내에서 수면등이나 인테리어용으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수많은 회의를 거쳐 후보제품 5개 정도를 추려서 임원과 대표이사에게까지 보고한다. 후보는 5개지만 사실 기획자들의 평가가 담긴 1~2위의 제품은 이미 정해져있다. 김 파트너는 “스타벅스 입차 3년차이지만 e프리퀀시 업무를 맡고 대표 대면보고를 수시로 했다”며 “기획자의 평가가 가장 좋은 제품이 낙점되는 등 기획자의 의중을 충분히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제품 선정까지 걸리는 기간이 딱 6개월이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제작과 마케팅 과정이다. 협력사를 정하고 최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수십 번의 샘플링 과정을 거친다. 스타벅스 굿즈의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색감은 수십 번의 시행착오 끝에 나온 것이다. 김 파트너는 “다른 브랜드와 굿즈 제작을 한 경험이 있는 협력사들도 스타벅스와 일을 하면 혀를 내두른다”며 “스타벅스 직원들의 기대치, 고객들의 기대치가 워낙 높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언제부턴가 스타벅스 굿즈에서 핑크는 그린 만큼이나 대표 색상이 됐다. 스타벅스의 상징은 그린이지만 초기에는 항상 핑크가 인기를 주도한다. 김 파트너는 “핑크는 확실한 마니아층이 있는 색상이다”며 “핑크 선호 고객은 열정적이어서 먼저 받아 인증샷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기려는 욕구가 강하다. 매번 먼저 품절되는 치트키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벤트 전체적으로는 의외로 그린이 더 많이 나간다. 스타벅스의 상징이고, 무난한 색상을 원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e프리퀀시 굿즈였던 레디백은 두말할 필요 없는 히트상품이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마이스타벅스리뷰에 레디백을 얻기까지 너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송 파트장은 “실용적이면서도 브랜드가 잘 표현된 제품은 좋았지만 제품을 받는 과정이 너무 힘들고 어려워 방식을 개편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어려움을 토로하기에는 매장에서 고객들을 상대하는 파트너들도 마찬가지였다. 줄을 서고도 굿즈를 받지 못한 고객들의 원성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다.

그래서 나온 게 모바일 예약 시스템이다. 선택한 제품을 지정한 날짜와 매장에서 수령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단순한 스타벅스 앱 개편뿐 아니라 스타벅스의 물류 상황과 매장 매출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서 결정해야 할 큰일이었다.

송재인(왼쪽) 한국스타벅스 브랜드마케팅파트장과 김고은 브랜드마케팅파트너.(사진=방인권 기자)


리셀러(Re-seller) 문제도 숙제였다. 작년 한 매장에서 커피 300잔을 주문하고 레디백만 챙겨간 사례는 두고두고 회자했다. 하지만 정당하게 음료를 구매하고 굿즈를 수령한 리셀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결국 일반 소비자들에게 기회를 넓히는 대안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올해부터 한 아이디당 일주일에 최대 5개의 굿즈를 받을 수 있도록 제한했다. 5개는 이번에 출시된 굿즈의 종류다. 리셀러가 아니어도 스타벅스 굿즈를 좋아하는 고객들을 위해 한번은 모든 굿즈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로 5개로 제한했다. 물론 일주일 후에는 또 최대 5개씩 수령이 가능하다. 수량제한이라기보다는 한번에 수십 개를 받아가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 정도로 볼 수 있다.

김 파트너는 “스타벅스 공식 SNS 계정의 댓글에는 고객들이 쿨러나 랜턴을 수령한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바뀐 시스템에 대한 칭찬 글이 많아 긍적적인 평가를 알 수 있다”며 “매장의 파트너들은 사내 메신저를 통해서 고마움을 전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송재인(오른쪽)한국스타벅스 브랜드마케팅파트장과 김고은 브랜드마케팅파트 파트너가 올해 e프리퀀시 굿즈를 소개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