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바이오파마, 장내 미생물 분석해 질병 예측·예방하는 시대 연다

by이순용 기자
2020.09.17 10:08:56

‘것스캐닝’, 개인별 마이크로바이옴 AI 분석으로 맞춤형 헬스케어 솔루션 제공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보령바이오파마와 천랩이 마이크로바이옴 검사를 이용한 맞춤 헬스케어 솔루션 서비스를 도입해 차원 높은 예방의학 실현에 나선다.

최근 장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다양한 질병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를 활용한 헬스케어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 회사는 트렌드에 맞춰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을 통해 질병의 예측·예방 등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스캐닝(Gut-scanning)’을 최근 선보였다.

질병이 발병된 후 대응하기보다는 증상·징후가 나타나지 않는 질병까지 사전에 위험도를 예측하고 관리해 예방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인체 면역세포의 70%가 존재한다고 알려진 장 속 미생물 생태계를 분석해 이 회사가 구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25가지 질병의 위험도를 확인할 수 있다. 위험도 분석 결과에 따른 맞춤형 예방활동이 가능하다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의 합성어인 마이크로바이옴은 아토피피부염 등 자가면역질환,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등 간질환, 과민성장증후군·크론병 등 장질환, 당뇨병·비만 등 대사질환, 치매·우울증 등 뇌질환, 동맥경화·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것스캐닝은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해 어느 질병에 취약한지 미리 알려주고 예방에 나설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상태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DNA가 같은 일란성 쌍둥이도 미생물 생태계는 각기 다르다. 식이, 라이프스타일, 복용 약물, 스트레스 여부, 수면 시간 등에 따라 마이크로바이옴이 다르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개인의 장 상태에 맞는 식이요법, 라이프스타일 변화, 건강기능식품(프로바이오틱스) 선택 등 맞춤형 헬스케어가 필요한 이유다.

것스캐닝은 사람마다 어떤 종류의 미생물이 어느 정도 분포로 살고 있는지 파악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건강지수(GMI)를 매긴다. 100점 만점으로 지수가 높을수록 장이 건감함을 의미한다. GMI는 환자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대규모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베이스에 적용해 인공지능(AI)이 평가하고 종합해 수치화한 결과다. 여기엔 미생물의 다양성, 염증 유발 정도, 상주균과 유해균의 비율 등이 반영된다.

대규모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는 14개 국내 주요 대학·종합병원과 천랩이 공동연구를 통해 수집한 국내외 14만 건의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와 25개 이상 질환 정보를 포함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이 불균형하면 주요(유익) 미생물 비율이 줄어들고 염증 유발 미생물이 늘어난다. 이 같은 마이크로바이옴의 불균형은 장내 염증을 유발하고 장 점막층을 약화시켜 질병 위험도를 높인다. 반대로 균형도가 높으면 장세포와 점막 건강을 돕는 미생물의 비율과 미생물 다양성이 높고, 염증 유발 유해균은 줄어들게 된다.

천랩 관계자는 “질병을 유발하는 DNA는 바꿀 수 없지만 마이크로바이옴과 환경, 생활습관은 노력만 하면 건강한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다”며 “개인의 특성에 맞게 마이크로바이옴을 잘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것 스캐닝 검사는 전용키트를 사용해 환자의 대변 샘플을 채취,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GS)로 장내 미생물의 정보를 분석한다. 이후 것스캐닝 데이터베이스과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이 개인별 맞춤 리포트를 도출한다. 이를 통해 환자에게 맞는 식사요법, 운동요법 등 맞춤형 라이프스타일 솔루션과 건강 개선 가이드를 제공한다. 이런 과정은 신뢰할 수 있는 전문 의료진의 권고와 안내에 따라 이뤄진다.

PCR 기반 검사는 확인하고자하는 특정 미생물 종에 대해서만 검출할 수 있지만, NGS 검사는 장내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미생물을 검출해 정확한 분석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것스캐닝은 국내 최초로 천랩이 분석한 1만건 이상의 한국인 임상자료(외국인 포함 14만건)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인의 장 상태는 크게 P형, B형, O형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36%를 차지하는 B형이 가장 많고 P형(33%), O형(31%) 순으로 분포돼 있다. 장 유형별 맞춤 프로&프리바이오틱스 제품을 함께 섭취하면 더 효과적으로 장내 마이크로옴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게 보령 측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가정의학과, 내과를 중심으로 전국 일반의원 및 건강검진센터에서 것스캐닝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나만을 위한 맞춤형 헬스케어 솔루션으로 질병을 예방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보령 것스캐닝 개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