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FTA, 정국 새 뇌관으로…"대국민 사과" Vs "정치공세"
by유태환 기자
2017.10.09 17:03:19
與野 9일 당무 재가동하면서 FTA 갑론을박
與 "野, 갈등 부추겨…국익 수호 협력해야"
보수野 "국민 기만하고 국가 혼란에 빠트려"
|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웨싱턴 DC 무역대표부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를 비롯한 양국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 참석해 양국의 FTA 현안에 관해 의견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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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한국과 미국이 FTA(Free Trade Agreement·자유무역협정) 개정 절차에 들어가기로 합의함에 따라 관련 문제가 정국의 새 뇌관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합의가 사실상 한미FTA 재협상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보수 성향 야당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말 바꾸기를 지적하면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권의 압박을 ‘정치공세’라고 일축하면서 국익을 위해 정쟁을 자제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FTA 폐기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의 대응에 따라 관련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절차 문제는 “미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기조를 앞세웠던 트럼프 행정부 출범 당시부터 일정부분 예견됐던 상황”이라면서 야권이 지적하는 말 바꾸기에 공세에 선을 그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추석민심 최고위원회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100일 기자회견에서 당당하게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그럼에도 이번 개정 절차 진행 합의에 대해 한미동맹의 약화, 대통령의 사과를 운운하는 것은 전형적인 침소봉대이고 견강부회의 극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원내대표는 “국익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미국 의회와 달리 정부·여당 공격에만 몰두하고 있는 야당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특히 보수 야당이 자동차와 소고기 재협상으로 후퇴된 협정을 만들었던 이명박 정부에 대해 우리당이 한 건전한 비판까지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아직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보수 야당의 ‘그래 너희들은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두고 보자’식의 태도는 우리 내부의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잘못된 것”이라며 “지금 우리 국회가 할 일은 국민 여론을 성실히 수렴하고, 각계각층의 이해관계를 균형 잡힌 태도로 수용하며, 정부가 투명한 절차와 성실한 협상을 하게 함으로써 국가 이익을 수호할 수 있도록 여야가 협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이날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와 여당의 안일한 대토를 질타하면서 ‘대국민 사과’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한미 간에도 지속적인 동맹의 균열현상뿐만 아니라 이제는 한미FTA 개정을 둘러싸고 미국의 통상압력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며 “이 정부는 FTA 재개정은 없다고 그동안 국민들을 속여 왔다”고 날을 세웠다.
김태흠 한국당 최고위원도 “이명박 정부와 당시 여당에게 제2의 을사늑약,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라고 비난하던 세력이 국익 우선을 언급하는 것은 너무 뻔뻔하다”며 “매국노라는 입장에 변함없다면 문재인 정부는 FTA 개정협상을 거부해야 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미국의 압박에 못 이겨 개정협상에 응하는 것이라면 한 치 앞을 못 본 무능함과 국민을 기만하고, 국가를 혼란에 빠트렸던 잘못에 대한 분명한 사과를 먼저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압박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역시 “한미FTA에 관해서 문재인 대통령이나 여당인 민주당이 아직 입장을 제대로 정하지 못했다고 한다”며 “(정부와 여당은) 한미 FTA가 을사늑약에 버금가는 매국행위라고 비판을 직접 했던 사람들이고,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한미 FTA를 재개정하겠다고 공약까지 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국민의당 ‘한미FTA 대책위원회’ 역시 이날 회의를 개최하고 관련 문제에 대한 대응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