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철 금통위원 "韓 부동산값에 대규모 거품 없다"

by김정남 기자
2017.09.07 09:58:12

"韓 경제, 20년 시차 두고 日 따라가…부동산은 예외"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사진=한국은행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7일 “우리나라는 부동산 가격에 대규모 거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조 위원은 이날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아시아의 지속성장 전망과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컨퍼런스에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 하락’ 발표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한은 외에 기획재정부, 국제통화기금(IMF), 미국 싱크탱크인 피터슨연구소가 공동 개최하는 행사다.

조 위원은 “저출산과 고령화, 자본집약도 증대로 인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둔화되면서 과거 일본이 겪었던 것과 같은 경기 침체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인구와 산업구조, 1인당 소득의 측면에서 우리 경제의 여건은 20년의 시차를 두고 일본의 변화를 따라가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조 위원은 우리나라의 자연금리도 큰 폭 하락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사망률과 출산율이 감소하고 총요소생산성(TFP)이 정체되면서 자연금리는 1990~2015년 기간 중 4.3%포인트, 2015~2040년 기간 중 1.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자연금리는 경제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혹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압력이 없고 고용시장도 완전고용 상태인 등 경제적 충격이 없는 상황에서 순수하게 수요와 공급 요인으로만 형성되는 금리를 말한다.

이는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염두에 두는 지표 중 하나다. 현재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도 결국 우리 경제의 체력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는 “향후 잠재성장률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금융시장, 상품시장의 과감한 구조개혁을 통해 자원배분의 효율성(TFP)을 제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위원은 다만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부동산 가격에 대규모 거품이 존재하지는 않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소비자물가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땅값이 급등했다가 확 꺼졌지만, 우리나라 집값은 소비자물가가 오르는 속도만큼 상승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물론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큰 폭 올랐지만, 나라 전체로 보면 큰 비중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집값 잡기’ 논리와 다소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되는 측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