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 원액으로 남편 살해하고 재산 10억 가로챈 부인·내연남
by김병준 기자
2016.08.22 11:16:16
[이데일리 e뉴스 김병준 기자] 남편을 죽이고 10억원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치사량의 니코틴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부인과 내연남이 경찰에 구속됐다. 니코틴 원액을 활용해 살인 범죄를 저지른 국내 첫 사례다.
21일 경기 남양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4월22일 오후 11시쯤 직장인 A씨가 남양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평상시 매우 건강한 것으로 알려졌던 사람이었다. 당시 경찰 당국도 현장에서 특별한 사인을 발견할 수 없었다.
부인 B씨는 A씨가 숨진 뒤 집 등 10억원 상당의 재산을 처분해 자신의 이름으로 명의를 돌렸다. A씨의 사망 보험금 8000만원도 받으려고 했으나, 보험사가 수사 중임을 감안해 지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 검찰과 경찰이 A씨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평소 담배를 피우지도 않던 그에게서 치사량의 니코틴과 졸피뎀(수면제의 성분)이 검출됐다.
아울러 A씨가 숨지기 두 달 전 B씨와 뒤늦게 혼인 신고를 올린 사실 등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타살을 의심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두 사람은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나 지난 2010년부터 같이 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B씨가 2년 전부터 만나 온 내연남 C씨의 계좌로 1억원 정도의 돈을 송금한 사실을 파악했다. 그뿐만 아니라 특별한 직업이 없던 C씨가 A씨 사망 일주일 전 온라인에서 니코틴 원액을 구매한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경찰은 재산을 빼돌리기 위한 B씨가 C씨와 모의한 뒤 니코틴에 중독시켜 A씨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급받았다.
해외로 도피하려던 B씨는 지난 17일 인천공항에서 검거됐다. 범행 직후 외국 거주하고 있던 C씨는 지난 18일 귀국하던 중 체포됐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같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C씨 역시 “니코틴 액상은 담배를 끊고 전자담배를 피우기 위해 산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A씨가 평소 수면제를 복용해 왔다는 사실을 토대로 B씨가 수면제에 니코틴 원액을 몰래 탄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한편 무색무취를 특성으로 하는 니코틴 원액은 ‘화학물질관리법’ 상 유독물질로 분류된다. 혈중 니코틴이 리터당 3.7mg을 넘으면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이 때문에 고농도 액상 니코틴은 허가를 받아야만 제조하고 유통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전자담배 사용자가 늘면서 해외 직구 등을 통해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