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中 실적만회 인적쇄신 나섰다
by신정은 기자
2016.05.24 11:25:35
현지법인 총·부총경리 교체 이어 중국측 임원도 사퇴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현대차그룹이 중국 실적 만회를 위해 인적쇄신에 나섰다.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현지에서의 고삐를 더욱 죄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기아차(000270) 중국 합작법인 둥펑위에다기아의 왕돈명 부본부장이 실적 부진의 책임을 안고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왕 전 부본부장은 지분비율 50대 50의 합작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의 중국 측 임원으로 15년 넘게 기아차의 중국 판매를 이끌어 왔다.
부총경리도 자리를 옮겼다. 지난 2015년 부임한 박용규 부총경리(판매본부장·전무)가 기아차 러시아 판매법인장으로 발령나면서 그 자리를 윤기봉 전 중국사업부장(전무)이 맡았다.
기아차 중국 사업부문 인적 쇄신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기아차는 지난해 8월 소남영 둥펑위에다기아 총경리를 김견 전 기획실장(부사장)으로 교체한 바 있다.
기아차는 지난해 초부터 중국 경기 성장세 둔화와 현지 업체의 저가 SUV 공세로 고전해 왔다. 작년 한 해 중국 판매도 61만대로 목표했던 78만대에 크게 못 미쳤다. 올해 판매목표는 68만대로 다시 높여 잡았으나 1~4월까지 판매가 19만대로 작년보다도 12.1%나 줄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전년보다 10.2%(1~4월 기준) 성장한 상황 속에 기아차의 판매 하락은 중국 내 기아차의 위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GM과 도요타는 같은 기간 판매가 각각 21.4%, 23.7%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내 자동차 시장의 경쟁 심화와 기아차의 잇따른 리콜로 인해 이미지가 나빠진 것이 판매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인적 쇄신과 함께 하반기 신차 투입으로 실적 반등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신형 스포티지를 투입한 데 이어 하반기부터 중국 전략모델인 K2(프라이드)와 K5하이브리드, 소형 SUV 니로 하이브리드를 잇따라 내놓는다.
둥펑위에다기아 관계자는 “올해처럼 힘든 적이 없다”며 “시장 상황이 어려운 만큼 다각도로 분위기를 쇄신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현대차(005380) 중국 사업 부문의 변화도 관심을 끈다. 현대차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도 지난해 초부터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아차와 달리 4월 들어 중국 판매가 증가하면서 반전에 성공했지만 올 하반기 중국 4~5공장을 차례로 가동하는 만큼 조직 변화 필요성은 기아차보다 크다.
더욱이 현대차그룹은 설영흥 중국총괄 부회장이 2014년 고문으로 물러난 이후 판매량 급감과 함께 중국 부문 인사가 잦아지며 안착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현대차그룹 중국사업총괄도 2014년 4월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1년반 동안 세 차례나 교체됐다. 특히 지난해 10월 마지막 인사 땐 두 달만에 김태윤 상근자문을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중국담당 사장에 복귀시켰다.
설 고문이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물러서는 통상적인 고문역과 달리 국내외 주요 행사에서 여전히 활약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0월 이후 현재까지는 김 사장을 중심으로 담도굉 중국전략담당(부사장), 이병호 베이징현대 총경리(부사장), 김견 둥펑위에다기아 총경리(부사장)를 중심으로 중국에서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세계 5대 자동차 회사로 성장한 배경에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 급성장한 중국에서의 성과가 있었다”며 “현재의 부진은 그만큼 현대·기아차에 근본적인 위기이고 중장기 지속성장을 위해선 다각도의 쇄신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