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지도부 교체..재계 ‘영파워’로 체질개선

by임일곤 기자
2012.12.10 13:52:44

구세대 물러나고 젊은인재 전면등장
저성장·새정권 발맞춰 체질개선 주력

[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올해에는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모두 국가 지도자를 새로 선출, 정·관계에 거센 세대교체 바람이 불 전망이다. 재계에서도 이에 발맞춰 구세대를 밀어내고 젊고 역동적인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하면서 조직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젊은 인재를 이른바 ‘기업의 별’로 불리는 임원으로 대거 승진시키면서 유연성과 민첩성도 갖추고 있다. 재계는 불황의 장기화라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몸집은 줄이고 체력은 강하게 비축하는 방향으로 전략 기조를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 세대교체의 신호탄은 LG가 먼저 쏘아 올렸다. LG는 지난달 28~29일 이틀에 걸쳐 단행한 인사에서 그룹을 대표하는 부회장 2명을 경영 일선에서 한 발짝 물러나게 하고 50대 초반의 조준호 사장(53)을 그룹의 사령탑에 앉혔다. 구본무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던 강유식 부회장과 그룹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인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퇴진한 것이다. 그룹 전체 4명의 대표이사 부회장 가운데 2명이 일선에서 뒤로 빠지면서 본격적인 세대교체가 시작됐다.

국내 최대그룹인 삼성 역시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사실상 3세 경영체제에 속도를 냈다. 이 부회장의 풍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살려 미래 사업을 추진, 글로벌 경제 위기를 정면으로 뚫고 나가겠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시대를 맞아 조직도 젊고 역동적으로 만들었다. 지난 7일 발표한 총 485명의 임원 승진자들의 평균 나이는 48.3세로 지난해 인사를 발표할 당시(49.4세)보다 한살 가량 젊어졌다. 68년생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나이가 비슷해 현장에서 함께 호흡할만한 임원들이 쏟아진 것이다.

신세계그룹도 계열사 대표 7명을 교체하는 최대 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신세계는 그룹의 두 축인 백화점과 마트 대표를 모두 교체하는 등 13개 계열사 가운데 9개 계열사 대표를 모두 바꿨다. 최고경영자들을 대폭 물갈이한 것은 그룹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룹이 느끼는 위기의식이 이번 인사에 고스란히 묻어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그룹은 위기타개 목적으로 1960년대생을 경영 전면에 내세우는 세대교체 카드도 꺼내 들었다.



다른 기업들이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세대교체에 나선다면 GS는 조직 안정속에 역점을 뒀다. GS는 정기 임원 인사에서 GS칼텍스를 허동수 의장과 허진수 CEO 체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경영 전반과 최종 의사 결정을 한쪽씩 맡는 사실상 쌍두마차 체제다. 하지만 그룹은 경영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GS 김기환 상무(38)와 GS홈쇼핑 김준식 상무(42) 등 젊은 인재를 과감히 발탁하기도 했다.

재계에 영파워가 몰려오는 것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3년에는 경제적으로 국내외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사회적으로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경영 환경에 다양한 변화가 예상된다. 사회 전반의 새 바람이 불면서 기업에 막중한 기대와 책임이 몰릴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각 기업들은 규모의 성장을 통한 위기 돌파가 아닌 체질 개선으로 진검승부를 펼쳐야 할 때가 왔다는 분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올해 재계 인사에선 젊은 인재를 과감히 투입하는 파격 인사가 많다”라며 “글로벌 경제가 전반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빠지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일본 등의 지도부가 바뀌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세대교체를 통해 체질개선에 나서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