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MRO사업 놓고 삼성과 다른 행보‥왜?

by안승찬 기자
2011.10.27 13:49:30

서브원, 그룹 물량 싹쓸이..어느새 52위 건설사로
GS 분리 후 건설사 없는 LG, 서브원 키우려는 듯
LG "中企 신규 MRO사업 축소 약속 지키고 있다"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소모성 자재조달(MRO)업체 처리를 둘러싼 삼성과 LG의 다른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이 사회적 논란이 일었던 소모성 자재조달(MRO)업체 아이마켓코리아(IMK)를 결국 인터파크에 매각하기로 했지만, LG는 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27일 MRO사업과 관련해 LG그룹 관계자는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면 그에 따르겠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LG그룹의 MRO업체인 '서브원'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5314억원으로, 삼성의 IMK(1조5490억원)보다 63% 많다. 외부의 따가운 눈총에도 LG가 서브원에 집착하는 이유는 건설 사업 때문이라는 게 재계 안팎의 분석이다.

서브원은 지난 2007년 사업목적에 건설업을 추가한 이후 건설 사업 규모가 급속도로 커졌다. 지난 상반기 서브원의 건설사업 매출액은 583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7% 증가했다. 미미하던 건설사업 비중은 어느새 전체 매출의 24%까지 확대됐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국내 건설사 시공능력 평가에서 서브원은 지난해 73위를 기록하며 처음 100위권에 이름을 올린 후 올해 평가에서는 단숨에 21계단 상승한 52위를 차지했다.

건설경기 부진에도 서브원 건설사업이 이처럼 고속질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브원이 LG그룹의 건설공사 물량을 사실상 싹쓸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브원은 지난달 30일 LG 지주회사인 ㈜LG(003550)와 456억원 규모의 LG 여의도 트윈타워 리모델링 공사를 계약했고, 상반기에는 7293억원 규모의 LG디스플레이 파주 P9 건설을 수주하기도 했다.

LG 관계자는 "첨단 업종은 건설 과정에서 경쟁사에 내부 정보가 새나갈 수 있기 때문에 계열사의 공장 건설이나 사옥 등 건설 수요는 그룹 내에서 처리하는 게 일반적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4년 LG그룹에서 GS가 분리되면서 GS건설(구 LG건설)도 함께 계열에서 분리됐다. 건설 계열사가 없는 LG가 결국 서브원을 건설회사로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내부 공장 건설 등만 맡았던 현대차그룹의 현대엠코가 결국 종합건설사로 확장한 것처럼, 서브원도 그런 과정을 밟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회적 논란에도 구본무 LG 회장이 여전히 서브원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는 점은, 서브원 건설사업에 대한 LG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LG 서브원의 MRO 사업이 캐시카우 역할을 하면서 건설사업을 키우는 구조"라면서 "건설자재 조달도 MRO의 일부이기 때문에 MRO 사업과 건설사업의 연관성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서브원의 성장은 구 회장과 ㈜LG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서브원에서 상반기에만 구 회장 등 등기임원에 대해 평균 4억원 이상의 급여를 지급했다. 지난해 서브원에서 구 회장이 받은 급여는 9억원이 넘는다. 서브원의 모회사인 ㈜LG는 지난해 주당 6500원씩, 총 325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LG 관계자는 "지난 6월 자율협약을 통해 서브원이 계열사 영업만 하고 중소기업 쪽 신규 MRO사업은 줄이기로 한 약속은 지키고 있다"면서 "실제로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MRO 신규계약이 15건이지만, 올해 6월부터 현재까지는 3건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