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 '타임오프' 논란..한국GM만 불법?

by김현아 기자
2011.04.04 13:54:16

기아차, 지난 해 수당 인상해 무급 전임자 임금 보전 논란
한국GM, 가산상여금 인상 추진..편법 도마위
현대차, 적법 원칙 유지..노조법 개정여부 관심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를 두고 자동차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고용노동부가 임금을 인상해 결과적으로 법 규정 보다 많은 노조전임자의 월급을 충당해줬다는 논란에 휩싸인 기아차(000270)와 가산상여금 인상을 통해 전임자 임금을 보전해 주려는 한국GM에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타임오프 특별협의를 진행중인 현대차(005380) 노사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야4당과 양대 노총이 추진중인 타임오프 규정 철폐를 골자로 하는 '노조법 개정' 논란 역시 5월 현대차 임·단협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 해 단체협상에서 수당 인상을 통해 노조전임자의 임금문제를 해결했다. 기아차의 경우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노조 전임자 수가 234명에 달했다. 하지만, 단협이후 유급전임자(법정 노조전임자) 21명, 무급전임자 70명 등 91명으로 줄였다. 하지만 동시에 기아차 노사는 70명에 달하는 무급전임자의 임금 역시 노사 협상을 통해 해결했다.

금속노조 김호규 부위원장은 "지난 해 타임오프제도가 첫 시행됐지만,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노조전임자 수가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기아차는 수당을 올려 기아차 노조에 전임자 급여재원을 마련해 줬고, 한국GM은 상여금을 올려 재원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협상했다"고 말했다.

기아차 노조의 노조법에 따른 풀타임 근로시간 면제자는 21명인데, 70명도 노조활동만 하면서 노조비로 월급을 줄 수 있도록 노사가 합의한 셈이다.

고용노동부 류경희 노사관계법제과장은 "기아차 노조 전임자 수가 234명에서 91명으로 143명이나 줄어든 것은 나름대로 의미있는 부분"이라면서 "한국GM의 경우보다는 편법성이 덜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류 과장은 "한국GM의 경우 세부적인 노조전임자 수, 운영방식, 면제자 지정문제 등이 논의중이어서 이것만으로는 불법여부를 단정하기 어렵지만, 한국GM은 민주노총 사업장들과 함께 '타임오프' 특별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한국GM 노사는 가산상여금 지급 기준을 기존 30시간에서 39.2시간으로 조정하면서, 이를 조합비로 걷는 내용의 협상을 진행중이다. 이 협상이 타결되면 추가된 가산상여금 9.2시간분(1인당 월4만2764원)이 조합비로 쌓여, 노조는 연간 50억6700만원(노조원 9993명 기준)을 더 받을 수 있다.

한국GM 노조 역시 이중 대부분을 현행 법보다 많은 노조전임자의 월급으로 충당할 방침이다. 한국GM에서 활동하는 노조전임자 수는 89명. 그러나 노조법이 인정하는 풀타임 노조전임자는 14명(파트타임 기준 28명)이다.



기아차와 한국GM의 노조전임자 임금 해결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는데, 노동부는 한쪽은 긍정적으로 다른 한쪽은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지난해 수당인상은 현대차와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면서 "타임오프 편법 운영과는 별개"라고 말했다.

◇기아차와 한국GM의 사례가 눈에 띄는 것은 국내 최대 사업장인 현대차(005380) 노사의 타임오프 특별협상이 진행중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3월 30일 2차 특별협의가 무산된 후 현대차는 4월 1일자로 233명의 노조전임자를 무급휴직 발령했다.

현대차는 노조가 24명인 법정 전임자(유급 전임자)를 정해 주기 전에는 전부 무급자로 처리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현대차 노조는 타임오프제는 제대로 시행이 안 되는 사실상 폐기된 법이라고 맞서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현대차에서도 기아차나 한국GM 같은 타임오프 편법 운영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예상이 나오지만, 현대차는 부인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 협상까지 비슷할 것으로 예상하는 건 섣부르다"면서 "현대차는 법과 원칙대로 진행해 나간다"고 말했다. 

현대차 타임오프 협상의 또 다른 변수는 노조법 개정 여부다.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 창조한국당·국민참여당 및 양노총이 타임오프제도 폐지를 담은 노조법 개정안을 공동 추진하고 있기 때문. 정부와 한나라당, 경총 등 재계가 강력하게 반대하는 만큼, 통과 여부는 불확실하나 정치 쟁점화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노동부 류경희 노사관계법제과장은 "타임오프제는 '97년 여야 합의이후 적용을 유예하다 지난 해 본격시행된 것인데 다시 없애자는 건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자는 것"이라면서 "사용자가 노조전임자 급여를 지급하는 나라는 없으며, '타임오프'는 노조 재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국회 환노위 정동영 의원실 관계자는 "여야가 합의했다면 잘못된 것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공무원적인 발상"이라면서 "생계 때문에 노조활동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타임오프'는 노조의 힘을 빼려는 말살정책이며,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는 법이 아닌 노사 자율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