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현석 기자
2005.03.10 14:51:18
"방치하지 않겠다" 발언에 19원 급등
1000원에서 강력 방어선 구축 전망
개입 회의론도 "솔솔"
[edaily 최현석기자] 정부가 10일 역외 환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미리 입이라도 맞춘 듯 올들어 환율 하락을 수수방관하던 태도에서 돌변해 `강력한 한방`을 내놓으며 1000원선에서 물러나지 않을 뜻을 확실히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정부가 환투기세력 근절에 나섰다"며 반겼다. 아울러 정부가 나선 이상 1000원선이 지켜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방어`에서 `공격`으로..환율 장중 19원 급등
올초 1050원 수준이던 환율은 꾸준한 하락세를 지속하며 지난달에는 장중 세자리수로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초 1200원 부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2개월새 200원 가량 폭락한 것.
환율 하락세가 장기화됐으나, 당국은 간간히 경고발언을 할 뿐 지난해 상반기와 같은 달러매수 개입에는 나서지 않았다. 지난해 과도한 파생거래에 대한 국회의 질타와 최근 경기 회복세에 따른 금리 상승 등이 부담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날부터 당국 대응에 이상 기미가 포착됐다.
전날 당국은 지속적인 개입으로 세자리의 길목인 1001원을 막아내더니 이날 환율이 989원까지 급락하자 실로 오랜만에 고강도 개입을 선보이며 1008원까지 급등시켰다. 이날 오전중 개입규모만 1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들어 유지한 속도조절용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정책에서 노선을 확실하게 바꾼 것이다.
◇"환투기 근절 나섰다"..1000원대 유지 주목
시장에서는 정부가 본격적으로 환투기 세력 근절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진동수 차관보가 "올 환시채 발행분 7조원 가운데 차환분을 제외한 5조원을 활용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실탄 규모까지 공개하자 당분간 강력하게 환율 하락세를 차단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박승 한은 총재도 "합리적인 선을 넘어 시장의 정상적인 규칙(Rule)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투기세력이 개입하거나 외생적 요인이 작용해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은 방치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당국이 1000원대를 고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당국은 이날 환율이 오후들어 1000원 부근으로 되밀리자 2차 개입을 통해 1005원선으로 끌어 올렸다.
외국계은행 한 딜러는 "환시채를 통해 지속적으로 환투기를 방어해 낼 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나, 당분간 1000원대를 깨고 내려가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전쟁선포한 이상 막아야"..국제공조도 필수
시장에서는 당국이 전쟁을 선포한 이상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번 강한 개입에 나선 뒤 어설프게 물러설 경우 투기심리를 더욱 자극할 수 있기 때문.
노덕현 동양선물 차장은 "환시채 5조로 환투기를 제압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으나, 당국이 원화를 조달할 필요성이 생기면 길이 마련될 것"이라며 "현재는 역내외 모두 투기심리에 젖어 있어 정당성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기업 외환 담당자도 "진정한 환투기는 헤지를 하지 않고 국내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외국인들"이라며 "시장 거래량의 70% 정도가 전망에 근거한 투자라 이 기회에 `별일 없으면 내려가야 한다`는 인식을 뜯어 고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강력한 당국 방어가 글로벌 추세를 거스러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도 제기하고 있다. 실탄을 통한 독자적인 개입에 앞서 국제적인 공조가 필수라는 주장이다.
현대선물 정성윤 연구원은 "5조원이라는 자금으로 집중적인 개입을 장기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일 당국 개입으로 원화와 엔화 강세가 제한되더라도 유로강세-달러약세 추세가 이어질 경우 유로를 팔고 원화와 엔화를 매수하는 투기를 촉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개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미국의 소비 축소와 저축률 제고 등을 통한 쌍둥이 적자 축소 노력과 아시아 국가들의 내수 위주 성장정책이 맞물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승 한은 총재의 발언처럼 역(逆) 플라자 합의와 같은 국제협약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