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이라고 움츠러들지 않아요!"
by송이라 기자
2011.07.19 16:00:00
기업銀 입사 3주차 김소나 계장..고졸 공채 15:1 경쟁률 뚫고 합격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은행권에 고졸 채용 바람이 불고 있다. 산업 기업 등 국책은행은 물론 국민은행 등 시중은행까지 이 같은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6월 기업은행이 특성화고 출신 20명을 채용한데 이어 산업은행은 내년 상반기중 전체 신입사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50명을 고졸출신으로 채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외환위기직후인 90년대말 거의 사라졌던 은행권의 고졸출신 채용이 10여년만에 다시 이뤄지는 셈이다. 강산이 변해도 한번 이상 변했을 이 시간의 간극을 다시 이어줄 신구(新舊) 고졸 행원들을 이데일리가 만났다. <편집자 주>
"고객님! 50만원 입금하는 것 맞으시죠?"
18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 기업은행 서울대역 지점.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객장에 울려 퍼진다. 고객으로부터 전해받은 돈을 두 번 세 번 혹시라도 실수할새라 반복해 세어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제 입사 3주차인 19살의 고 3생 김소나() 계장. 김 계장은 한달전인 지난 6월 이 은행이 15년 만에 부활한 고졸 공개 채용을 통해 15: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입사한 `새내기` 행원이다. 3주간의 연수를 마친 후 곧바로 이 지점에 배치된 그는 신입행원다운 열정과 패기로 지점 분위기를 밝히는 `마스코트`다.
현재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인 김 계장은 이 학교에서 가장 먼저 사회인이 됐다. 불과 몇개월전까지만 해도 꿈도 못꿨던 은행에서 직장생활의 첫 발을 내딛게 된 셈이다.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막연히 은행에 취직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은행은 대학생 언니오빠들에게만 기회가 주어져 엄두도 못냈었어요. 그런데 올 상반기에 채용 공고가 났고 그간 틈틈이 공부해 자격증까지 따뒀던 금융관련 지식 덕분에 합격할 수 있었죠"
김 계장은 학교에서 증권투자상담사와 재경관리사 등 재무관련 수업을 열심히 수강했다. 방학 때에도 실무에 도움이 될만한 과목이라면 모조리 챙겨 들었다. 면접에 대비해선 거울 앞에서 활짝 웃는 연습을 끊임없이 했다. 실력과 미소. 이 두가지가 그녀를 합격의 길로 안내한 셈이다.
물론 10년이 훨씬 넘게 사라졌던 `고졸 출신`의 공백을 메우기는 결코 쉽지는 않았다. `고졸인 내가 부족하지는 않을까?`라는 자격지심도 적지 않았다. 연수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고졸 출신이란 점에 스스로 위축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지점 분들이 더 꼼꼼히 가르쳐주세요. 어린 나이에 취직했다고 오히려 기특하다고 칭찬도 해주시구요. 덕분에 저도 신나게 일하고 있답니다. 저 고졸이라고 움츠러들지 않아요"
아직까진 회식 때 술 한 모금 못마시는 미성년자이지만 어엿한 은행원으로서 사회에 발을 내디딘 김 계장의 목표는 무엇일까. "업무가 손에 완전히 익을 때까지 연습하고 그 후에는 보험과 펀드 관련 자격증을 따고싶어요. 물론 최종적인 목표는 정규직 행원이 되는 거죠. 이제 남들과 동일한 출발선상에 섰으니 더 열심히 해서 인정받는 은행원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