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세권, 삼성물산의 선택은?
by이진철 기자
2010.08.24 14:50:52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삼성물산이 용산국제업무단지(용산역세권) 개발사업에서 소액 출자사로 단순 시공만을 맡을 지, 아니면 보유지분을 정리하고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레일은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위탁을 맡고 있는 용산역세권개발(주)AMC에서 삼성물산을 완전히 배제키로 했다.
드림허브 프로젝트금융투자(PFV)의 재무적·전략적 투자자들은 삼성물산측 인사가 맡고 있는 용산역세권개발(주)AMC 이사의 사임 및 AMC 지분 양도를 요청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드림허브PFV 정관 변경을 통해 새로운 AMC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9월8일 드림허브의 임시주총을 열어 AMC계약 해지를 위한 결의요건을 PFV 재직이사 `5분의 4`에서 `3분의 2`로 개정할 예정이다.
현재 코레일 및 기타 재무적·전략적투자자 지분은 72.1%이다. 삼성물산을 비롯해 삼성생명, 삼성SDS, 삼성화재, 호텔신라, 삼성에버랜드 등 5개 삼성 계열사와 건설투자자 지분율은 총 27.9%다.
따라서 드림허브 임시주총에서 AMC계약 해지를 위한 결의요건이 3분의 2로 개정되면 삼성물산은 용산역세권개발(주)AMC에서 배제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AMC의 자본금은 30억원이며, 지분율은 삼성물산이 45.1%, 코레일·롯데관광개발이 54.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AMC의 지분을 인수하는 출자사는 앞으로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주도권을 쥘 수 있게 된다.
삼성물산이 AMC 지분을 양도한 이후엔 드림허브 지분 6.4%를 보유한 단순 소액 출자사로 전락하게 된다.
드림허브는 건설투자자를 대상으로 오는 26일 지분매각 의향을 확인하는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이 드림허브 출자지분까지 매각하면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에서 완전히 빠질 수 있다. 드림허브는 건설사를 대상으로 지분매각 여부에 대한 회신을 9월9일까지 받는다는 계획이다.
반면 지분을 계속 보유하고 있으면 용산개발사업에서 일정부분 시공권은 유지할 수 있다. 드림허브는 건설출자사들에게 총 시공물량 9조원의 20%인 1조8000억원을 지급보증에 관계없이 기본 시공물량으로 배정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삼성물산이 지분 6.4%를 보유하고 있으면 일정부분의 시공을 수행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분매각 관련 공문이 공식적으로 접수되지 않아 아직은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면서 "공문을 접수하면 검토를 통해 지분을 양도할지, 아니면 그대로 보유하고 단순 출자사로 시공역할만을 수행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일각에선 땅값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7년 컨소시엄을 꾸려 사업을 수주했던 삼성물산이 최근 부동산경기 침체로 사업성이 악화되면서 계약조건 변경을 원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사업추진 의지가 낮아졌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삼성물산 입장에선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에서 손을 떼기도 쉽지 않다. 대형사업을 주관해서 진행하다가 사업타당성 분석을 잘못해 스스로 운영할 능력이 없다고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대형 공공사업 수주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용산사업이 규모가 작다면 삼성물산이 브랜드 자존심 때문이라도 어떻게든 사업을 계속 꾸려나가겠지만 용산사업 규모를 볼 때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딜레마"라며 "일단 출자지분을 계속 유지하면서 코레일측의 양보를 얻어내는 전술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삼성물산이 드림허브 보유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여부에 따라 다른 건설투자자들의 결정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시공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을 계속 보유할 수도 있지만 최근 경영난으로 한푼이 급한 건설사의 경우 지분을 양도해 현금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입장으로 나뉠 가능성이 크다.
삼성물산이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에서 배제되면 나머지 삼성계열 출자사들의 입지가 크게 줄어드는 것도 불가피하다. 삼성SDS의 경우 그동안 지급보증을 반대해 드림허브가 외부에서 빌딩인텔리전스시스템(BIS) 시공업체 유치에 나서기로 했다는 점에서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에서 배제되는 것은 삼성물산과 비슷한 처지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호텔신라, 삼성에버랜드 등 삼성계열 재무적·전략적 투자자들의 경우 향후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투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삼성물산의 사업주도권이 배제된 상태에서 다른 삼성계열사의 사업참여 지속여부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