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태호 기자
2010.04.28 14:21:00
"외인 거래활성화 기대..발행시장 개선도 추진"
[이데일리 이태호 기자] (①편에서 이어집니다.)
-올해 프리본드 서비스를 시작한 배경은 무엇인가.
▲협회가 시장에 한층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작업이다. 프리본드는 정형화된 폼에 메신저기능을 추가한 것. 거래하고자 하는 조건을 입력해서 협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트레이딩보드에 메신저 가격협상 기능을 붙였다.
사실 우리나라 채권시장 거래 규모가 1년에 5000조원을 웃도는데, 이런 시장에 나름대로 정형화된 거래 플랫폼이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다.
-장내거래랑 다른 점은.
▲채권거래는 기본적으로 스크린매매랑 잘 안맞는다. 종류가 워낙 많고, 조건도 복잡하고, 만기라는게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시장 참여자도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그 숫자가 많지 않다. 상대매매에 적합한 게 장외시장이고, 거기에 적합한 것들을 만들어 놓은 게 프리본드라고 보면 된다.
-채권 HTS라고도 하던데, 한계가 있다면.
▲법적으로 거래소 유사 시설로 봐서 청산·결제시스템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협상할 수 있는 정도까지만 구현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장에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게 되면, 결제기능이 붙을 수 있을 것이다. 법적인 환경을 고쳐가면서 시장 사람들이 원하는 인프라로 발전시키는 게 금투협의 목표다.
-프리본드는 이달 1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시장 평가가 궁금하다.
▲이제 막 도입돼 아직까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올 1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채권몰은 어떻게 만들게 됐나.
▲산재돼 있는 각 증권사의 채권판매 정보를 모아놓은 것이다. 일반 투자자가 최근과 같은 저금리 환경에서 채권을 사고싶은 욕구가 많은데, 이런 욕구 충족해줄 수 있는 인프라다. 일반 투자자들에게 더욱 다가선 인프라였다.
-채권몰에 대한 시장 반응은 어떤가.
▲하루 평균 20곳의 증권사가 약 900건 정도의 채권을 게시하고 있고, 건수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좀 더 대중화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모바일 환경에서 좀 더 쉽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서비스를 비롯해 홍보도 많이 할 생각이다.
또 지금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신용등급이 A급 이상인 채권만 게시하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B급도 열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시장 사람들과 상의를 거쳐 BBB까지는 열어볼까 생각하고 있다.
-일반투자자를 상대하려면 조심스러운 면이 많을 텐데.
▲사실 출구전략을 언제 할 것이냐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자칫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가 꼭지에서 투자를 권한 셈이 될까봐 매우 조심스럽다.
하지만 채권투자를 하고 싶어하는 개인들에게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시켜주는 차원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물론 회원사들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창구도 된다. 만약 이게 없다면 개별 증권사들이 판매채권 홍보를 개별적으로 해야 한다. 금투협에서 하나의 집중된 사이트를 마련해주면 정보접근성 좋아질 수 있다.
-현재 중점적으로 추진중인 업무는.
▲일단 프리본드를 조기에 안착시키고, 시장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선 이 플랫폼이 좀 더 시장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사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홍보와 안내를 해야 한다. 또 그러기 위해선 시장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를 듣고, 니즈를 받아들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시켜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이 좀 더 결실을 맺게 되면 영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외국인들도 등록해달라고 요구해온 곳이 몇 군데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물을 거래할 때 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외국인들은 채권을 거래할 때 블룸버그나 외국 ATS시설을 많이 이용하는데, 그런 류의 플랫폼이랑 제휴를 맺으면 외국인들이 한국 채권을 거래 할 때 우리 플랫폼을 활용해 국내 증권사들한테 주문을 내는 창구가 만들어질 수 있다.
-또 다른 중장기 추진 업무가 있다면.
▲발행시장 쪽에 제도개선을 일정 부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가령 무보증회사채 발행할 때 사채계약서를 쓰는데, 발행사·투자사·증권사 3개 기관 입장이 다 다를 수 있다. 각각의 입장을 공정하게 반영시키는 `수탁계약서` 정비가 필요하다. 지난 2001년도에 도입된 후에 채권관련 환경들이 많이 바뀌었는데, 그러한 상황들을 반영시키는 작업이 될 것이다. 하반기중에는 하려 한다.
주식연계채권이나, 김치본드, 아리랑본드 등도 수탁계약서를 써야 하는데 원활한 발행이 될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다드화 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회사채시장이 유독 부진한 상황인데, 기업들의 원활한 자금조달 창구가 될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가령 협회 차원에서 부도율·회수율 인프라를 만들어 고수익채권에 대한 프라이싱이 잘 되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채권시장 발전을 위해 더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채권영업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들도 최근 들어 원화채권을 많이 사고 있는데 채권영업을 국내에서만 할 이유가 없다. 지난달 말까지 보면 외인 채권 보유액이 62조에 달한다. 재정거래 유인이 줄었음에도 많이 사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우리 증권사들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해외에서 뛸 수 있도록 금투협이 일조해야 한다.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채권을 소개하고 홍보 역할을 나서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시장과 회원사들의 요구사항들은 어떻게 접하게 되나.
▲시장사람들과 많이 만나서 얘기하다보면 지금은 움츠리고 있지만, 활개를 펴고 싶어하는 욕구들을 접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이런 것들은 협회가 나서줘야겠다고 느끼는 점이 많다. 시장 사람들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그동안 많은 변화들을 이끌어 왔는데, 너무 일을 벌이는 건 아닌가.
▲오히려 재미있고 뿌듯하다. 대부분의 일이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지만, 무에서 유를 찾아내는 일이기도 하다. 자본시장의 큰 축을 형성하고 있는 채권시장이 한걸음씩 발전해나가는 모습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 채권시장이 더욱 잘 발전해서 그 과실이 더 많은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1988년 8월 금융투자협회(옛 한국증권업협회) 입사
-1990년 3월 증권시장안정기금 기금운영역(파견)
-1995년 5월~1999년 12월 금융투자협회 연수과장, 기획과장 역임
-2000년 1월 코스닥위원회 감리팀장
-2003년 5월~2006년 3월 금융투자협회 기획부 팀장, 리서치팀장 역임
-2006년 3월~현재 금융투자협회 채권부 부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