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면 딱 좋은 75번 국도…청평댐~명지산~화천 단풍길
by경향닷컴 기자
2009.11.04 16:57:00
[경향닷컴 제공] 요즘이 드라이브 여행하기 가장 좋은 때다. 가을이란 단어는 드라이브란 어쭙잖은 외래어와도 잘 어울린다. 봄 드라이브, 여름 드라이브, 겨울 드라이브는 어딘지 어색해도 가을 드라이브라고 하면 차 몰고 한 번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여름 겨울은 그렇다치고 봄도 좋지 않으냐 물을 수 있겠다. 물론 좋긴 하지만 가을이 더 낫다. 봄에는 황사로 인해 뿌연 날도 많고, 습도가 가을보다 높아 시야가 확 터지지 않는다. 느릿한 속도로 달리는 차 안에서 보는 풍경은 가을이 매력적이다.
혹시 단풍여행 한 번 제대로 못했다고 아쉬워한다면 75번 국도를 달려보는 게 좋겠다. 청평댐에서 가평을 지나 명지산 너머 화천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가평은 과거 늘 막히는 길이었지만 서울·춘천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교통도 원활해졌다.
일단 청평댐을 시점으로 잡자. 청평댐에서 75번 국도를 탈 수 있다. 391번 지방도로도 표시돼 있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이라면 이 길은 너무 유명해서 다 안다고 할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초입의 카페나 수상스키장에서만 머물다 간다.
하지만 지난해 쁘티프랑스도 생겼고, 쁘티프랑스 너머 호수 길을 벗어나면 평화로운 농촌마을이 나타나는데 이 길도 좋다. 먼저 청평길은 요즘 단풍이 한창이라서 호숫가에 반사된 단풍을 보며 가기 좋다. 이번 주말까지는 단풍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쁘티프랑스는 프랑스 전통 가옥을 옮겨놓은 일종의 테마공원이다. 태엽을 감았다 놓으면 음악이 흘러나오는 오르골 전시관도 있고, 생텍쥐페리의 원고사본을 모은 자료관도 있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등을 촬영하면서 데이트 명소로도 꼽힌다.
75번 국도 표지판만 보고 달리면 남이섬 방향이다. 호수를 지나 만나는 마을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눈여겨보면 좋다. 집 앞에 외양간이 있는 소박한 농가도 볼 수 있고, 아직도 옛날식으로 짚단을 세워놓은 들판도 보인다. 은행나무 아래 노란 은행잎을 잔뜩 지붕에 이고 있는 농가도 보기 좋다.
75번 국도는 두 코스로 나눌 수 있는데 청평댐부터 가평읍까지가 첫번째 코스고, 두번째는 명지산 길이다. 명지산으로 뻗은 길은 주말에도 사람이 많지 않아서 좋다. 단풍이 지난주 절정이라서 이번주에는 막바지 단풍과 함께 낙엽도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길은 활엽수림으로 가득한 명지산과 연인산을 옆에 놓고 달리는 코스다. 적당히 섞인 침엽수림과 노란 낙엽송이 대조를 이룬다. 단풍이 가장 먼저 드는 것은 밤나무나 느티나무고, 가장 나중에 드는 것은 낙엽송이다. 파스텔톤의 낙엽송은 다른 새빨간 단풍잎보다 더 아름답다. 색이 강렬하면 눈에 확 띄기는 하지만 쉽게 질리는 법인데 낙엽송은 은은해서 오래 눈길이 간다.
이 길엔 마을마다 제법 큰 은행나무들도 꽤 많다. 노란 은행나무 아래서 무를 소금에 절이며 김장을 하는 농가의 모습은 꽤 평화롭게 보였다. 은행나무에 줄을 매어 시래기를 말렸는데 웬만한 농가에서도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콩을 수확해 키질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경기도에 속하지만 심심산골 오지 같다.
야트막한 오르막길을 끝까지 달리면 도마치 고개다. 도마치 고개가 포장된 것은 3년 전. 도마치 쉼터란 자그마한 휴게소 내부에는 집주인을 신고요원으로 선정했다는 인근부대장의 임명장이 걸려 있었다. 16년 전부터 밥집을 했다는 도마치 쉼터 주인은 명지계곡은 한여름에 북새통이어도 도마치까지 오는 사람은 드물었다고 했다. 당시 비포장길을 달려봤던 사람들이 요즘에도 주말이면 가끔 온다고 했다. 도마치 고개는 큰 볼거리는 없지만 가는 길섶에 작은 폭포들도 있다. 용소폭포도 꽤 유명하고 무주채 폭포도 있다. 한가해서 가을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