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유정 기자
2006.11.22 16:31:18
[이데일리 김경인 김유정기자] 작년 처음 유럽에 수출된 중국차 `랜드윈드`는 인상적인 데뷔에 실패했다. 판매가 신통치 않았을 뿐 더러 독일 차충돌 실험에서 역사상 최저점을 받는 망신을 샀다. 중국 자동차업계의 야심찬 해외 공략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지는 듯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어느새 `아득한 옛 이야기`가 됐다.
일찌감치 잠재력을 내비치긴 했지만 최근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는 기대 이상이다. 지난해 자동차 순수출국의 영예를 안았으며, 올해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시장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자동차들이 `값싼 아류작` 이미지를 벗고 해외 시장으로 달음질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선진국 경쟁작들과의 품질 격차를 바짝 줄이며, 야금야금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강호의 세계, 고수를 가리는데는 언제나 고통이 따른다. 경쟁 심화에서 오는 투자 과잉과 새로운 규제의 등장 등 성장세가 가파를 수록 넘어야 할 산 또한 높아 보인다.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올해 트럭과 버스를 포함한 중국의 전체 자동차 판매가 7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해외 업체들이 중국에서 생산·조립해 해외로 역수출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체리(奇瑞)와 질리(吉利) 등 중국 태생 업체들의 해외 수출이 증가한 것도 주 요인이다.
현재 소비자들의 눈 높이가 낮은 시리아와 아프리카 등을 집중 공략하고 있지만, 싱가포르 등에도 진출하고 세계적 오토쇼에도 참석하며 `서구 공략`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일례로 브릴리언스 차이나 오토모티브 홀딩스는 지난 9월 영국 자동차 트레이딩 업체와 3000대의 `중화(Zhonghua)` 세단을 유럽으로 수출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동부의 체리 자동차는 올해 9월말 이후 5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자동차 인테리어 업체를 하나 설립하고 미국의 존슨 컨트롤스와 합작 부품업체를 세울 계획도 갖고 있다.
체리와 질리 등 중국 주요 업체들은 소형차 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이 확실한 무기다. 특히 최근 고유가로 소형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물 만난 고기처럼 시장을 휘저었다.
또 신화통신은 중국에서 고급 차종이 붐을 일으키기 시작했다며 중국이 럭셔리 자동차의 주요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올해 베이징서 열린 오토 차이나 2006에서도 메르세데스-벤츠와 롤스로이스, 스파이커 등이 신형 럭셔리 모델을 발표, 중국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고 전해졌다.
통계에 따르면 랜드로버와 재규어, BMW 등이 지난해 중국내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재규어는 지난해 중국내 판매가 직전해보다 220%나 급증했다고 밝혔고, 랜드로버는 같은기간 판매가 107%나 늘어났다.
일단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과잉 투자와 제살 깎기식 경쟁이 눈에 띈다. 저가 자동차 시장의 경우 100여개가 넘는 브랜드가 경쟁하고, 전문가들은 수년 내 인수합병(M&A) 회오리가 몰아닥칠 수도 있다고 관측한다.
중국 정부는 최근 과잉투자를 억제하기 위해 올 상반기 시작된 1억위안(118억원) 이상의 모든 투자계획에 대해 전면 재점검을 지시하는 '특급통지'를 자동차 업계에도 전달했다.
총투자 3000만위안(35억4000만원) 이상 투자계획에 대해 전면적인 재점검이나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중국 정부의 긴축 노력이 급팽창하는 자동차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기술적인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짝퉁 천국`이라는 오명을 증명이라도 하듯 해외 유명 차종과 비슷한 중국 차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기술 도용`에 대한 우려를 불러 일으킨다. 중국차가 까다로운 해외 자동차 안전규정을 넘을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