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인위적` 엔약세 여부놓고 한·일 당국 신경전

by안근모 기자
2001.07.04 17:28:22

[edaily] 일본 엔화가 고위 당국자의 구두개입성 발언으로 다시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서자 한·일 외환당국이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신경전의 초점은 일본이 엔 약세를 `인위적`으로 유도하는 지 여부에 있다. 엔 약세의 의도성 여부에 대한 관심은 3일부터 다시 부각됐다. 이날 파이낸셜 타임즈는 "일본 고이즈미 총리가 `인위적으로 엔화 약세를 유도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고이즈미 총리의 발언이후 엔화가치는 달러당 123.67엔까지 상승해 1주일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 재무성의 구로다 재무관도 4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는 엔화가치 하락을 통해 경제를 부양할 생각은 없으며, 엔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높이거나 내리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일본총리의 발언 이후 인위적 엔약세 유도 여부에 관심이 일자 이제는 진념 경제부총리가 거들었다. 진 부총리는 이날 외신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일본이 수출 확대를 위해 엔화 약세를 유도한다면 국제 교역질서를 해칠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이어 외신을 타고 전세계에 전해진 구로다 재무관의 발언은 강도와 방향이 그전과 딴판이었다. 그는 "엔화 약세가 끝나야 할 이유는 없으며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와 구로다 재무관이 앞서 말한 "엔화의 상승 및 하락을 유도하지 않을 것"이란 표현은 "달러/엔 환율을 `인위적`으로 누르지는 않을 것"이란 말로 해석하는 게 옳았던 셈이됐다. 이같은 발언으로 엔화가 급락하자 재경부 고위 당국자가 나섰다. 그는 "엔화 약세를 인위적으로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에도 엔화의 급락세로 달러/원 환율이 1350원대를 훌쩍 뛰어넘자 김용덕 당시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이 진화에 나섰었다. 그는 당시 "미국과 일본간에 엔화 약세를 용인키로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미국과 일본 당국에 대해 엔화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의 문제가 일본 엔화의 하락을 원화가 무작정 따라가는데 있었다면, 지금의 문제는 원화가 엔화 하락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사정에 있다. 무역흑자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대규모 외국인 직접투자자금 유입이 대기해 있고, 한국의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인식 때문인지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최근 원화의 인기를 능가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달러/원 환율이 위로 막혀 있는 가운데, 엔화는 다시 급격히 절하되면서 엔/원 환율이 10.38수준으로 떨어졌던 터였다. 국내 수출업계는 엔/원 환율 10.2대를 마지노선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물가와 수출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우리 외환당국은 `인위적`이란 말을 놓고 시장을 상대로 `유희`를 즐기는 일본 당국자의 태도가 영 못마땅한 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