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윤 당선인 회동 불발…사상 첫 한은 총재 공석, 길어지나
by최정희 기자
2022.03.16 10:40:39
인사권 갖고 신경전 오가더니
4월 금통위엔 공석 불가피할 전망
차기 총재 이창용 IMF 국장·尹 경제책사 김소영 교수 등 거론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오찬 회동이 불발되면서 양측 조율이 필요한 공공기관 등 기관장 인사 선임도 줄줄이 늦어질 전망이다. 가장 시급한 인사는 차기 한국은행 총재다.
이주열 한은 총재 임기가 이달 31일 종료됨에 따라 내달부턴 사상 첫 한은 총재 공석이 예상된다. 차기 총재가 조속히 선임된다고 해도 인사청문회 절차 등을 고려하면 내달 14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 출석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16일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늘 예정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실무 협의가 마무리 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게 됐다”고 밝혔다. 양측은 한은 총재를 포함한 공공기관장 인사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한은 총재 임기가 4년인 만큼 윤 당선인에게 실질적인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의견과 총재 임기가 문 대통령 재임(5월 9일 만료) 중 완료되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차기 총재를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왔다.
정권 교체 이양기에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측의 신경전이 계속될수록 차기 총재 인사는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은 총재는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후보 지명부터 임명까지 통상 한 달 가까이 소요된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임명동의안 등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청문을 마치도록 돼 있다.
내달 14일 열리는 금통위 회의는 사상 처음으로 총재 공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위원 순번에 따라 주상영 금통위원이 의사봉을 쥘 것으로 예상된다. 금통위 직후 열리는 기자회견은 주 위원 또는 총재 직무 대행인 이승헌 부총재가 진행하게 된다.
시장에선 4월 금통위 회의에서 총재 공석까지는 예상하고 있지만 5월 26일 금통위 회의에선 차기 총재가 선임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높은 물가에 대응해 이르면 5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금통위원 7명 중 5명 이상이 회의에 참석하고 그 중 과반수가 찬성하면 기준금리를 변경하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총재 공석 자체가 시장에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현 경제상황은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에 따라 금리 결정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미묘한 시점이다. 2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4명이 금리를 추가로 올려 높은 물가 상승 심리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나 나머지 2명은 우크라 사태가 경기 둔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아 이를 지켜본 후 금리를 변경해도 괜찮다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다. 특히 매파(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임지원 위원이 5월 12일 임기가 종료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차기 총재, 차기 금통위원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한은의 금리 인상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차기 총재로는 윤 당선인의 경제 책사이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합류한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비롯해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과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 등 대내외 신망이 높은 거시경제 전문가들이 거론된다. 한은 내부 출신으로 이승헌 부총재, 윤면식 전 부총재 등도 언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