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쇠고기 빗장 푼 대형마트 '빅3'..탈 없을까

by유용무 기자
2008.11.25 15:16:38

오는 27일부터 전점에서 판매 재개키로

[이데일리 유용무기자] 신세계(004170)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롯데쇼핑(023530)) 등 대형마트 3사가 결국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기로 했다. 작년 8월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중단한 지 약 15개여월 만이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오는 27일부터 이들 3사가 자율적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키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대형마트 3사도 이날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재개할 것이라고 공식 밝혔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국내산 한우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미국산 쇠고기를 좀 더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많은 고객들이 대형마트의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계속 요구했지만 시장여건이 성숙되지 않아 그동안 판매시기를 미뤄 왔었다"며 "하지만 서민들의 생활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구매 편의와 물가안정 차원에서 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취급을 거부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들도 판매 문제로 애로사항을 호소하고 있는 점도 한 요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대형마트 3사가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재개하기로 함에 따라 여론의 향배가 어디로 튈지가 관심사다. 여론 추이에 따라 업체들의 희비가 극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특히 지난 6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가 관보에 게재됐을 당시에도 판매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판매 일정 등에 대한 일체의 언급을 피했고, 여론 추이를 살핀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그만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 여론을 의식했다는 얘기다. 때문에 이번 전격적인 미국산 쇠고기 판매 선언은 향후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일단 대형마트 3사는 파장이 예상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판매를 결정한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촛불 민심이 극에 달했던 때와 비교하면 여론이 성숙돼 있다"면서 "(미국산 쇠고기를)판매에도 큰 영향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연 이들의 예상대로 여론이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만일 민심이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등을 돌릴 경우 판매를 재개한 이들 3사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선 유·무형의 엄청난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건 이번 미국산 쇠고기 판매 발표가 업체들 스스로가 아닌 협회를 통해 발표했다는 점이다. 여론의 지탄을 직접 받는 게 부담스러웠다는 반증이다.

업계 안팎에선 미국산 쇠고기 판매와 관련, 대형마트 3사 중 누가 먼저 총대를 멜 것인지가 관심사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들 3사는 비난 여론을 의식해 '정공법' 대신 협회를 통한 '우회전술'을 택했다.

이에 대해 판매를 재개한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 판매는 체인스토어협회 차원에서 논의된 문제지, 회사 차원에서 검토된 사안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오는 27일부터 대형마트 3사가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강행키로 함에 따라 당장 물량 확보 여부와 판매가격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대형마트 3사는 물량 확보와 관련, 현재 시중에 풀려있는 미국 쇠고기 양이 많아 수급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다만 300여 전점에 물량을 풀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좀 더 확인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마트 관계자는 "시중에 (미국산 쇠고기)물량이 충분해 27일부터 119개 전점에서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보다 정확한 건은 내일 오전중에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도 "전점에서 팔 수 있을 정도는 충분하다"고 말했으며, 롯데마트도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판매가격과 관련해선, 현재 수입가격 등을 고려할 때 돼지고기 가격과 호주산 소고기 가격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측은 "척아이롤은 100g당 1400원~1500원 사이, LA식 갈비는 2400원~2600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마트 관계자는 "판매가격은 수입업체들과의 협상을 통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형마트업계 4위 GS마트는 "아직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여론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판단, 추후 상황을 보고 판매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