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수의 월가 키워드)Investment Bank
by정명수 기자
2004.03.18 13:04:22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리만브라더스는 미국 4위의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이다. 지난 16일 리만브라더스는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순이익이 6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억100만달러에서 배 이상 증가했다. 6분기 연속 흑자다.
미국의 IB는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것일까.
리만브라더스는 거대한 `트레이딩 컴퍼니`다. 특히 채권(Fixed Income) 트레이딩에 강하다. 주식(Equity) 부문도 1분기에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 리만브라더스는 채권 및 주식 언더라이팅(Underwriting), M&A와 같은 전통적인 IB 영역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렸다. 그런가 하면 프라이빗서비스(Private Client Service)와 자산운용(Asset Management) 부문도 강화하고 있다.
◇IB 수익의 3대축
아래 그림은 2004년 1분기(12~2월) 리만브라더스의 각 부문별 영업수익(revenue)이다. 리만브라더스의 사업 부문은 Investment Banking, Capital Market, Client Service 등 크게 셋으로 나뉜다.
Investment Banking은 기업금융이다. Capital Market은 채권과 주식 트레이딩이고, Client Service는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브로커리지와 자산운용이다.
사업 부문별 영업수익을 보면 Capital Market, 즉 트레이딩 부문의 비중이 가장 높다. 현재 미국의 IB는 Investment Banking이나 Client Service로 먹고 사는 것이 아니다. IT버블 경제시기에는 전통적인 IB 업무와 브로커리지가 주수입원이었지만, 버블 붕괴 이후에는 `돈 놓고, 돈 먹는 트레이딩`이 가장 중요한 밥줄이 됐다.
◇Investment Banking
리만브라더스의 1분기 성적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M&A 업무다. 지난 분기 대비 영업수익 증가율이 61%에 달한다. 자산운용이 172% 늘어났다고 하지만 이는 리만브라더스가 작년에 `뉴버거 버먼`이라는 자산운용사를 인수했기 때문에 나타난 효과다.
실질적으로는 M&A 영업이 가장 큰 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전체 영업수익 31억4400만달러 중에서 M&A 부문은 고작 4.7%에 불과하다.
리만브라더스는 지난해 4월 마크 샤프리를 영입, M&A 부문을 보강했다. 1분기에 성사된 M&A만 300억달러 규모로, 평균 수수료를 0.3%로 잡아도 9000만달러의 영업수익이 발생했다. 이 중에는 66억달러에 달하는 뉴스콥의 휴즈일렉트로닉스 M&A가 포함돼 있다.
채권 언더라이팅은 지난 분기대비 21% 감소했다. 반면 주식 언더라이팅이 30% 증가해 IPO 시장이 살아나고 있음을 반영했다.
Investment Banking은 기업을 대상으로한 영업이기 때문에 경기 변동에 민감하다. 대부분의 영업이 기업의 자금 조달과 관련돼 있다. 리만브라더스는 Investment Banking 부문을 통신-미디어, 소매판매, 금융, 헬스케어, 제조업, 원자재 등 산업별로 나눠서 접근하고 있다.
M&A와 글로벌 파이낸스 부문에서는 기업들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서 주식, 채권, 레버리지 파이낸싱 기법이 동원된다. 흔히 IB하면 떠올리는 업무들을 하는 곳이지만, 리만브라더스의 경우 이 부문의 영업수익 기여도는 16.2%에 불과하다.
◇Capital Market
채권 트레이딩에서 리만브라더스가 1분기에 올린 영업수익은 16억100만달러로 전체 영업수익의 51%에 달한다. 리만브라더스는 채권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식 트레이딩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다. 전분기 대비 46%나 증가했다. 주식시장이 회복되면서 이 부문의 실적도 개선된 것이다.
리만브라더스는 전통적으로 채권이 강하지만, 채권수익률이 매우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1분기에 좋은 성적을 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채권 트레이딩 실적이 크게 향상됐다.
리만브라더스는 주식, 채권 트레이딩에 관한한 현금 투자, 파생상품, 자산유동화, 구조화채권 등 거의 모든 기법을 동원하고 있다.
미국, 유럽, 아시아의 주식시장, 국채시장, 정부보증채시장, 머니마켓, 회사채, 하이일드, 이머징마켓증권, 모기지, ABS, 부동산, 뱅크론, 외환, 파생상품 등이 트레이딩의 영역에 속한다.
정규 거래소를 통하는 주식, 채권 거래는 기본이고, 장외시장(over-the-counter)과 워런트, CB, 차익거래(arbitrage) 등도 놓칠 수 없는 분야다.
리만브라더스는 모기지 관련 트레이딩 부문에서 업계 1위에 등극했다. 1년전 시장점유율은 4위, 지난 4분기에는 2위였다. 1분기 점유율은 15%에 달했다.
모기지 부문은 금리가 낮아질수록 호황을 누리는 분야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면서 모기지 금리는 하향 추세를 나타냈고, 모기지 리파이낸싱이 붐을 이뤘다. 리만브라더스와 같은 IB들은 모기지 채권을 유동화하고, 이를 거래하는데 핵심 역량을 집중시켰다.
주택을 구입하려는 개인에게 모기지 론을 해준 금융기관(Originator)은 그 채권을 유동화해서 다른 모기지 론에 활용하게 된다. 리만브라더스는 모기지 론의 유동화(MBS)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IB는 단순히 채권을 사고 파는 트레이딩만 하는 것이 아니다. 채권의 유동화, 구조화를 통해 거래 기회를 얻는 경우가 더 많다. 실제로 리만브라더스는 지난해 모두 1730억달러 규모의 각종 자산을 유동화시켰다. 이중 1380억달러는 모기지 론이었고, 100억달러는 상업 모기지였다. 250억달러는 기타 ABS였다.
미국의 저금리 정책이 경기 부양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모기지 시장이라면 그 시장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바로 IB들인 것이다.
◇Client Service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Client Service는 IB의 업무 영역 중에서 가장 비중이 낮다. 리만브라더스의 경우도 1분기 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하다. 리만의 경우는 지난해 뉴버거 버먼을 인수, 자산운용부문을 강화했기 때문에 그나마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개인 고객으로부터 수수료를 따먹는 영업은 경쟁도 심하고, 품도 많이 든다. 대형 은행이나 보험사 등과 맞서 싸워야하기 때문에 IB들에게는 불리한 측면이 있다. 리만브라더스가 뉴버거 버먼을 인수, 자산 운용 부문을 강화한 것도 가만히 앉아 있으면 Client Service 부문이 고사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리스크 매니지먼트
리만브라더스같은 IB는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고, 다루는 금융상품이나, 참여하는 시장도 광활하기 때문에 위험관리(Risk Management)가 필수다. IB 경영의 핵심이 리스크 매니지먼트인 셈이다.
리만브라더스의 리스크 매니지먼트는 최고 경영자 레벨에서 이뤄진다. 우선 회장과 자본시장위원회(Capital Markets Committee)가 위험관리의 기본 원칙을 정한다. 자본시장위원회에는 CEO와 글로벌 리스크 매니지먼트 헤드, 이코노미스트, 스트래티지스트, 각 부문별 헤드가 참여한다.
CEO와 집행이사 등이 참여하는 리스크위원회는 매주 회사가 처한 위험요소를 점검하고, 포지션을 조정한다.
글로벌리스크매니지먼트그룹은 트레이딩 영역에서 독립돼 있으며 회장에 직보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 그룹은 리만브라더스의 모든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크레딧 리스크(Credit Risk), 마켓 리스크(Market Risk), 오퍼레이셔날 리스크(Operational Risk)를 매일 매일 체크한다.
리만브라더스는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보고서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Risk management is considered to be of paramount importance in the Company’s day-to-day operations."
IB처럼 광범위한 업무 영역을 가진 금융사는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곧 돈을 버는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