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檢고발

by강신우 기자
2023.03.08 12:00:00

대기업집단 지정자료 허위제출 행위
처남이 보유한 4개사 고의누락·은폐
“중대·고의성 상당, 조사협조도 미흡”
금호석화 “실무자 혼동으로 누락”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011780)그룹 회장을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제출 누락행위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사진=연합뉴스)
8일 공정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정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하면서 지난 2018~2021년 처남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지노모터스·지노무역·정진물류·제이에스퍼시픽 등 4개사를 누락한 거짓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회장은 첫째 처남(인척 2촌)이 보유한 회사인 지노모터스 및 지노무역을 2018~2020년 지정자료 제출 시 누락했다. 또 둘째 처남이 보유한 회사 정진물류를 2018~2021년, 제이에스퍼시픽을 2018년 지정자료에서 누락했다. 제이에스퍼시픽은 2010년 폐업하고 2018년12월 청산종결로 간주돼 2019년부터는 지정자료 제출 대상이 아니다.

민혜영 기업집단정책과 과장은 “지분율 요건만으로 계열회사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는데도 해당회사를 누락한 지정자료를 제출했다”며 “특히 2021년 지정자료 제출 과정에서 공정위로부터 친족회사에 대한 계열회사 여부를 확인 요청받은 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도 둘째 처남이 보유한 정진물류를 은폐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박 회장의 행위는 △누락된 4개사에 대해 오랜 기간 인지한 점 △지분율만으로 계열회사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점 △누락된 회사는 공시의무를 적용받지 않고 중소기업자에게 적용되는 세제 혜택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해 인식가능성과 중대성 모두 상당한 경우로 판단했다.



금호석유화학의 지정자료 허위 제출 현황.(자료=공정위)
아울러 지정자료 누락이 자진신고가 아닌 공정위가 먼저 알아냈고 조사협조도 미흡한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박 회장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은 검찰의 기소가 이뤄지면 공정거래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공정위의 결정에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자료제출 누락은 실무자가 법령상 계열회사 혼동으로 누락된 것이며 일감몰아주기 및 승계를 위한 계열사 은폐 등의 업무관련성, 거래관계가 일체 없다”며 “해당 회사가 금호석유화학 등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회사임을 공정위도 인정해 친족독립경영 인정을 통해 계열제외 조치했다”고 주장했다.

민 과장은 이에 대해 “친족독립경영으로 인정된 것은 정진물류는 2021년3월, 지노모터스와 지노무역은 2021년7월로 지정자료 제출 누락이 발생한 시점 이후의 일”이라며 “정상적이라면 해당 회사를 먼저 편입한 이후 독립경영 요건을 충족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공정위가 지정자료 제출의무를 경시한 대기업집단의 동일인을 적발해 엄중 제재한 사례로서, 경제력집중 억제시책의 근간을 훼손하는 계열회사 누락 등 행위에 대해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