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심장 이식받은 환자 두달만에 사망…“뚜렷한 사인 밝혀지지 않아”

by장영은 기자
2022.03.10 09:35:47

심장질환 앓던 시한부 환자 돼지 심장 받았으나 사망
사망원인 등 정밀 검사 결과 의학저널에 게재 계획
“수술 과정 및 경과 장기 이식 대기자들에 희망 줘”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세계 최초로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가 2달 만에 숨졌다. 아직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올해 1월 유전자 변형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가 두달만에 사망했다. (사진= AFP)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올해 1월 돼지 심장 이식수술을 받은 데이비드 베넷(57)은 전날(8일) 미국 매릴랜드대 의료센터에서 사망했다.

베넷은 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장기 이식 희망자였다. 인체 장기 이식을 받지 못해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던 중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 심장을 이식 받는 수술에 동의했고, 지난 1월 7일 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술 직후 의료진은 이식 수술 후 3일이 지나도록 환자가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고 회복 중이라고 전했다. 이식 수술 자체는 성공적이었으며, 돼지의 심장을 인체에서 즉시 거부하지 않고 한 달이 훨씬 넘도록 심장이 기능을 계속하면서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는 평가다.



병원측은 “뚜렷한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며칠 전부터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진은 정밀 검사를 실시한 이후 경과와 사인 등에 대해 의학저널에 게재할 계획이다.

심장 이식은 최근 몇 달 동안 유전자 변형 돼지의 장기가 인간의 장기를 대체하기 위해 사용됐던 많은 선구적인 시험들 중 하나였다. 이종 이식이라고 불리는 이 과정은 기증되는 인체 장기가 급격히 부족한 상황에서 이식을 기다리는 수만명의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준다고 NYT는 전했다.

지난해 미국의 장기이식 대기자는 10만명 이상이었지만, 장기이식 수술 건수는 4만1000여건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NYT에 따르면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는 사람 중 매일 10여명의 사람이 죽어간다.

앞서 지난해에는 돼지 신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도 이뤄졌다. 제이미 로크 박사가 이끄는 앨라배마대 의료진은 지난해 9월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의 신장을 뇌사자의 체내에 이식하는 수술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이식한 신장은 77시간 동안 정상적으로 기능했으나, 이식 3일차에 대상자의 몸에서 혈액 응고 장애로 과다 출혈이 발생하면서 이식한 신장을 제거했으며, 환자는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