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사모펀드 인수 후 매출·이익 ‘쑥’…중고차 회사 성장 비결은?
by박종오 기자
2021.04.05 11:00:05
케이카, 한앤컴퍼니 인수 후 기업가치↑
소비자 불신 큰 중고차 시장 약점 보완에 초점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거기 참 잘해요.”
한 대형 증권사의 인수·합병(M&A) 업무 담당 임원은 기자에게 종종 이렇게 말했다. 국내 ‘빅3’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의 기업 가치 제고 전략을 본받을 만하다는 얘기다.
시멘트·자동차 부품·해운 등 주로 제조업 분야 M&A에서 두각을 보여 ‘굴뚝 산업 강자’로 불리는 한앤컴퍼니가 대표 내수 소비재인 중고차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구매자와 판매자 간 정보 불균형으로 불신이 큰 시장의 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인수한 기업의 몸값을 높이는 것이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카(K Car)’ 브랜드를 가진 국내 중고차 거래 업체 에이치씨에이에스(HCAS)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3231억원, 377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29% 증가했다.
HCAS는 한앤코오토서비스홀딩스의 100% 자회사로, 2018년 SK그룹의 SK엔카 중고차 직영 거래 사업부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브랜드 이름은 SK엔카에서 케이카로 바꿨다. 중고 자동차를 개인이나 도매 시장에서 직접 사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국내 1위 직영 업체다. 중고차 판매 규모는 연간 약 10만대, 보유 차량은 1만 대가량이다.
개인 딜러·소규모 사업자와 소비자 간 중고차 거래를 단순 중개하는 플랫폼인 엔카, 보배드림이나 자동차 할부 금융을 연결해 돈을 버는 KB차차차 등과는 사업 모델이 다르다.
케이카는 한앤컴퍼니 인수 이후 2년 연속 매출액 1조원을 넘어섰다. 2018년부터 작년까지 2년간 연평균 매출 및 영업이익 성장률은 33%, 88%에 이른다.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이룬 셈이다.
사모펀드(PEF) 인수 이후 기업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국내 PEF의 투자 사례 661건을 분석해 봤더니 PEF가 경영권을 인수한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개선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케이카의 성장 비결을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약점인 신뢰 보완에서 찾는다. 한앤컴퍼니 인수 이후 케이카는 하정우, 정우성, 유재석 등 스타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며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마케팅에 힘을 실었다. 케이카 관계자는 “창사 이래 이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고차 거래에서 소비자 믿음을 살만한 정책도 강화했다. 대표적인 것이 온라인에서 중고차 사는 소비자를 위해 차량의 3D 사진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케이카의 전체 차량 거래 대수 중 온라인 거래 비중은 2019년 29%에서 작년 35%로 늘어났다. 기존 ‘3일 책임 환불제’도 오프라인 매장 방문자까지 확대 적용했다. 3일 책임 환불제는 케이카에서 차를 산 소비자가 3일간 타본 후 불만족하면 차량 구매금액을 100% 돌려주는 제도다.
지난해 국내 중고차 거래 시장이 코로나19 반사 이익을 누린 것도 케이카의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로 선적이 어려워져 해외로 나가지 못한 중고차 물량이 내수 시장에 풀리며 작년 중고차 거래 대수가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케이카가 올해 2월 한앤컴퍼니의 투자 기업인 조이렌터카를 흡수 합병하며 성장에 계속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케이카 실적이 호조세를 보이며 한앤컴퍼니도 투자금 조기 회수에 시동을 걸었다.
케이카는 지난해 말 자본준비금 1000억원을 주주 배당이 가능한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고, 최근 340억원가량을 주주인 한앤컴퍼니에 배당했다. 또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해 한앤컴퍼니의 일부 보유 지분 매각 및 신규 투자금 조달 등에 나설 예정이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케이카가 현재 중고차 직영 거래 업체로는 1위이지만 아직 시장 점유율은 5%대로 미미한 상황”이라며 “현대·기아차 등 대기업과 다른 사모펀드도 국내 중고차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진입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향후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