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에너지 사업 구조조정‥美 쉐브론과 독립행보

by김현아 기자
2012.06.04 14:52:17

GS칼텍스 `정유` 빼고 GS에너지에 넘겨
쉐브론 눈치 안보고 미래 에너지 사업 추진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GS그룹이 GS칼텍스를 창립한지 45년 만에 미국 석유회사 쉐브론(Chevron)과 다른 독립적인 행보를 걷게 됐다.

▲ 허창수 GS 회장

GS칼텍스 지분 구조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가스 및 전력·자원개발·신에너지·신소재 같은 미래 사업분야에선 GS(078930)그룹의 독자 경영이 가능해진 것이다.



GS칼텍스는 예전처럼 GS그룹과 쉐브론이 똑같이 1만3000주(50%)씩 지분을 보유한다. 하지만 정유·석유화학·윤활기유 및 윤활유 등을 제외한 미래 사업쪽은 GS칼텍스 대신 (주)GS의 100% 자회사인 GS에너지가 맡는다.
 
 
GS에너지는 4일 GS칼텍스로부터 1조 1062억원에 ▲가스(GS파워 지분 50%, 해양도시가스, 서라벌도시가스, LNG터미널 사업) ▲ 전력(경남에너지) 분야 ▲ 자원개발(인도네시아 노스이스트 나투나 등 4개 유전개발광구 자산 및 지분) ▲녹색성장( 파워카본테크놀러지의 2차전지 음극재, 성내동 R&D센터 등) 부문 등을 양수한다고 밝혔다.
 
2차전지 핵심소재와 폐자원의 에너지화 사업, 유전개발 및 도시가스 LPG 사업 등은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 신성장동력으로 강조해온 분야. GS에너지가 GS칼텍스의 지분 50%를 갖고 있다지만, 선뜻 이해되기 어려운 점도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GS칼텍스는 기존 정유사업의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에, GS에너지는 미래성장 사업 발굴에 힘쓰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SK(003600)그룹이 2차전지 등 미래사업을 맡는 SK이노베이션을 사업지주회사로 두고 SK에너지(정유)와 SK루브리컨츠(윤활기유), SK종합화학(석유화학)으로 나눈 것과 비슷하다는 의미다.
 

올해 1월 출범한 GS에너지에는 25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이번에 GS칼텍스에서 150~200여명의 직원이 합류하게 된다. GS칼텍스 임직원은 영업 양도전 3100명에 달하는 만큼, 직원 수 만큼은 단연 GS칼텍스가 앞선다.
 
하지만 경영구조를 살펴보면 GS에너지에 집중되는 GS그룹의 기대를 읽을 수 있다. GS칼텍스의 경우 허창수 그룹회장의 사촌형인 허동수 회장이 1994년 경부터 대표이사로 활동중이나, 이사회 구성은 쉐브론측 5명, GS측 5명 등 동수로 구성돼 있다. 쉐브론측 이사 중 상임이사는 없지만, 대규모 투자 결정이나 대형 인수합병(M&A)때 신속한 의사결정이 쉽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2005년 인천정유 인수전때 유력 후보였던 GS칼텍스가 인수의사를 갑자기 접는 등 쉐브론 때문에 GS그룹의 운신의 폭이 제약받았다"면서 "정유를 제외한 GS의 미래 에너지 사업은 GS그룹의 독자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GS에너지가 맡게 되는 셈"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이번 에너지 분야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그룹 경영권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GS에너지는 전문경영인인 나완배 부회장이 경영하지만, GS에너지는 (주)GS의 100% 자회사이고, GS칼텍스 지분 50%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관계자는 "GS그룹은 40여명의 대주주 일가가 경영하는 집단경영체제"라면서 "경영권 이슈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