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시기에 미묘한 행사`..현정은 회장 선택은

by안재만 기자
2011.02.22 12:21:00

범 현대가, 정주영 명예회장 10주기 추모전 열어
현대그룹 달래기 속내있을 듯..현대측 "할 말 없다"

[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형제끼리 한바탕 싸우고 난 뒤 애매한 시기에 가족 모임이 소집됐다. 싸운 당사자들이 어떤 액션을 취할 지 범 현대가는 물론 투자자들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2일 현대중공업그룹과 아산재단, 현대백화점그룹과 함께 3월 중으로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생애와 업적을 사진으로 담아낸 `아산 정주영 10주기 추모 사진전`, `아산 정주영 10주기 추모 음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정주영 명예회장 기일(3월21일)에 맞춰 추모 행사를 마련했을 뿐이란 입장이지만, `현대그룹 달래기` 속내 또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예회장 10주년 행사인만큼 현정은 현대그룹(현대상선(011200)) 회장이 외면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직 현대건설 인수를 포기하지 않은 현대그룹으로선 애매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 달래기에 나설 것이란 예상은 진작부터 있었다. 현대건설 인수전 과정에서 서로를 너무 깎아내린 만큼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될 게 아니라면 지금쯤 화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던 것.

실제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인수전 당시 여론을 얻기 위해 상대에 대한 비방전을 일삼았다. 현대그룹은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을 경영권 승계의 도구로 쓰지 않겠다"는 광고로 현대차그룹의 아픈 구석을 찔러왔다.

현대차그룹 또한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여력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현대그룹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당시 한 그룹 직원은 "내가 다니는 회사를 부실기업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반발감을 드러낸 바 있다.



여하튼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데 이어 소송전에서도 사실상 승소하면서 어느 정도 여유를 되찾았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명예회장 10주년을 계기로 현대그룹에 화해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먼저 현대그룹 경영권을 보장하는 안건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이 사진전, 음악회 초청장을 발송할 경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이를 거부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앙금이 남아있든, 남아있지 않든 간에 그룹의 뿌리인 정주영 명예회장 관련 행사에 불참하는 것은 상대에 또 다른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

이와 관련, 현대그룹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아직 사진전, 음악회 개최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못한데다 현 회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초청장을 받지 못했을 뿐더러 사실 확인조차 되지 않았다"며 "공식적으로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