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수헌 기자
2005.07.19 15:34:28
당정 "땅값·집값 동시에 못잡으면 정책실패" 판단
"공공성 대폭 강화"..논의 본격·제도검토 착수
위헌시비 부담..보유세·이익환수 초점맞출듯
[edaily 김수헌 이정훈 윤진섭기자] 토지공개념의 재도입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정책 채택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내달말 발표할 부동산종합대책과 관련, 집값 뿐아니라 땅값도 묶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구체화하고 있다. 양측은 `토지의 공공성`을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토지 공공성 강화 배경은
정부·여당은 땅값과 집값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는 만큼, 양자를 모두 안정시키지 않고서는 부동산 정책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집값 안정에 집중해 온 고위당정과 실무협의가 땅값 대책 논의로 옮아가면서 `토지의 공공성 강화`라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2의 토지공개념 도입`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정부·여당의 행보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열린우리당 고위 관계자들은 19일 "토지투기를 막는 조치가 시급하다"며 "과거 토지공개념 제도에서 위헌판결이 난 부분에 유의하면서 (토지)보유세 강화와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부 관계자도 "주택과 토지투기를 모두 차단하는 정책을 병행해야 부동산 정책의 실효를 거둘 수 있다"며 "토지소유의 편중에 따른 문제점이 이미 당정협의에서 보고가 된 만큼, 이를 완화하면서 토지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을 마련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당정은 땅값 상승에 대한 기대로 땅에 투기적 성격의 돈이 몰릴 경우, 땅값 급등을 불러일으키고, 결국 주택건설비용을 높이거나 택지개발을 위한 공공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집값 안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이다.
◇토지공개념 도입 방향은 `공공성 강화`..수위는?
정부와 여당은 과거 도입했다가 위헌시비에 올랐던 `토지공개념` 그자체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과거 위헌판결 등으로 사라진 토지공개념적 제도들을 떠올리면 곤란하다"며 "토지의 공공성을 크게 강화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어떤 정책수단을 통해 부작용없이 실효를 거둘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도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토지 공개념이든, 공공성 확대든 이를 넓혀가는 것은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며 "다만 과거에 (토지공개념 관련 제도들이) 위헌이나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은 사실은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토지개발에 따른 이익을 상당부분 거둬들이거나, 과다한 토지보유에 대해 세금을 중과하는 방법 등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신 과거와 같은 토지공개념 제도는 일단 고려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난 89년 전격 도입됐던 3대 토지 공개념제도가운데 택지초과소유부담금제와 토지초과이득세는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판결로 90년대 후반 폐지됐다. 개발부담금제는 위헌은 피했지만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이유로 비수도권은 2002년, 수도권은 2004년 부과가 중단됐다.
◇공공성 확대..방안은 무엇일까
토지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는 대표적으로 ▲보유세를 대폭 올리거나 ▲개발부담금 등을 통해 개발이익을 대거 거둬들이는 방안 등을 들수 있다.
현재까지 이런 큰 가닥은 여당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검토 수준에서 나오고 있다. 반면 부동산정책 실무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토지의 넓이나 가격을 일정수준에서 제한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조진한 정책국장은 "과거 시행했던 택지소유상한제를 다소 수정한다면 다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일률적 기준적용으로 위헌시비를 불러일으켰지만 저밀도·고밀도 지역 또는 도시 ·농촌 등을 구분한다면 재도입이 가능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설명이다.
조 국장은 또 "토지비축제나 토지선매제 등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시행한 토지선매제는 국가가 토지거래 전에 미리 살 수 있는 권리를 갖는 제도로, 양질의 임대주택 등을 싸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택지소유상한법이 98년 위헌결정을 받은 만큼 적극 추진하기엔 치명적 약점이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소유가능면적이나 가격기준을 좀 더 확대해준다고 해도 사유재산권 침해같은 본질적 위헌성에서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지금도 거래제한(토지거래허가제), 세금중과(토지투기지역), 각종 개발행위 제한(그린벨트) 등 토지제한 조치들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택지소유상한제 성격의 제도시행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위헌논란을 부추길 수 있는 제도는 오히려 부동산 정책 입안단계에서 논쟁만 가열시킬 수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차원에서 토지에 대한 보유세를 많이 올리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토지 과다보유자에게 적용하는 종합부동산세 적용대상을 확대하거나 세율 또는 과세구간 조정, 재산세 세율 상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공시지가와 시가간 격차를 줄이고, 지가 산정의 정확성에 대한 시비를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부터 부과가 중지된 개발부담금제를 되살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개발부담금제는 지난 90년부터 택지개발, 공단조성, 골프장건설 등 29개 개발사업에 대해 개발이익의 25%를 부과해 온 제도다. 이 제도 부활은 시행시기를 담은 부칙만 고치면 되기 때문에 마음먹기에 따라 곧바로 시행할 수 있다.
이 제도 역시 어떤 지역에서 얼마정도 이익이 났는지를 객관적으로 산정하는 방법을 구해야하고, 개발지역이 아닌 인근 땅값이 더 많이 오르고 있는 최근 현실을 반영하는 방안 등이 숙제다.
전문가들은 "2007년 시행을 목표로 도입키로 한 기반시설부담금제와 중복된다는 문제도 있다"며 개발부담금제를 부활시킨다면 기반시설부담금제와 통합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