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러 간 아들, 연락 안돼”…이태원 실종자 접수처 ‘비통’

by권효중 기자
2022.10.30 14:37:32

30일 한남동 주민센터에 실종자 현장 접수처 마련
외국인 여성 “아들과 연락안 돼” 울먹여
현장에서 실신한 유족도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일하러 간다고 한 아들이 어제부터 전화를 받지 않아서… 뉴스를 뒤늦게 보고 주변 한국인들이 알려줘서 사고를 알게 됐다.”

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남동 주민센터를 찾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출신의 여성 A씨, A씨는 아들과 함께 한국에서 18년 동안 살았다. 올해 22살이라는 A씨의 아들은 핼로윈 데이를 앞두고 전날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와 연관돼 연락 두절 상태다. A씨는 “일하러 간다고 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았고, 이곳에서 접수를 하면 된다고 해서 왔다”며 울먹였다.

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에 이태원 압사 사고로 인한 실종자 접수처가 마련돼있다. (사진=권효중 기자)
이날 이데일리가 찾은 한남동 주민센터에는 A씨와 같은 처지의 가족들이 연락이 끊긴 가족, 지인을 찾기 위해 오갔다. 현장에는 무거운 분위기와 적막이 감돌았다. 이들은 지상 3층에서 실종자 접수를 하고, 신원이 확인될 때까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오후 2시 기준 접수된 실종신고 건수는 누적 3580건(전화 3493건, 방문 87건)이다.

주민센터 건물은 취재진은 물론 현장을 찾아 실종 신고를 접수하려는 시민들, 경찰과 소방, 과학수사대 등 관련 인력들로 붐볐다. 특히 접수가 이뤄지는 3층은 좁은 구조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고, 대강당 안으로는 취재진의 진입이 금지됐다.

오후 1시부터 약 2시까지, 1시간 사이에만 A씨를 포함해 5~6명에 달하는 이들이 한남동 주민센터 3층을 찾았다.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A씨는 주민센터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신고를 접수하고 한참이나 울면서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자녀의 죽음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실신하는 이도 있었다. 한 중년 부부는 함께 3층을 찾아 실종된 자녀의 사망 소식을 듣고 오열했다. 이중 중년 여성은 오열하다가 결국 쓰러져 소방 인력이 이송해갔다.

사망 소식을 전해듣고 급히 병원으로 향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남성은 “평촌 한림대 병원으로 가시면 됩니다”는 현장 관계자의 말을 듣고 황망히 발걸음을 뗐다. 다른 일행은 현장의 취재진들에게 “지금 뭐 하시는 거냐”, “아무 것도 묻지 말고 찍지 말라”며 오열했다.

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 지하 1층 대강당이 실종자 접수 후 대기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
현장을 지원하기 위해 나와 있던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는 “실종자 접수를 하러 온 분, 아래층에 대기중인 분들을 한 분씩 모셔와 명단에서 대조해보고, 이후 명단에서도 확인되지 않으면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들의 사진을 보여드리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충격을 받아 탈진을 하는 분들도 계셔 최대한 구급차나 경찰차 등을 동원, 병원까지 모셔다 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이태원 압사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51명, 부상자는 82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중 외국인은 19명이다. 부상자 중에는 중상이 19명, 경상이 63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