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이낙연·정세균·황교안 ‘대선 총리 잔혹사’ 끝낼까
by이정현 기자
2021.07.05 11:00:00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흔히 국무총리를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 부른다. 모든 사람보다 위에 있는데 오직 한 사람의 밑에 있다는 의미다. 과거 조선시대의 영의정이나 고려시대의 문하시중 등 재상에 비유되기도 한다.
국무총리는 실권자인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부를 관할하는 2인자다. 하지만 유독 대통령과는 인연이 없었다. 장관 출신도, 시장 출신도 올랐던 자리이건만 ‘전직 총리’에는 허락되지 않은 자리. 총리제가 시행된 후 대통령에 오른건 권한대행을 맡은 후 간선제로 선출된 최규하 대통령이 유일하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정세균 전 국회의장·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8개월여 남은 2022년 대선에 출마한 세 사람의 공통점은 ‘국무총리 출신’이다. 유독 출마자가 많은 이번 대권레이스의 특징 중 하나가 총리 출신들의 도전장이다. 문재인 정권(이낙연·정세균)과 박근혜 정권(황교안)에서 총리직을 수행했던 이들은 ‘일인지하’를 걷어낼 수 있을까.
여의도 정치권의 오래된 징크스 중 하나가 “총리 출신은 대통령에 오르기 어렵다”다. 총리직 수행을 통해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는 것은 쉬우나 2인자의 성격이 강하다. 대선이 현 정권의 심판 성격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아 ‘총리대망론’이 좀처럼 힘을 얻지 못했다.
총리 출신으로 대권에 도전했지만 끝내 고배를 마신 인물은 김종필 전 총리와 이회창 전 총리, 고건 전 총리가 대표적이다. 김 전 총리는 ‘3김시대’의 주역이나 경쟁자인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달리 끝내 청와대 입성에 실패했다. 대권필승의 요충지인 충청의 맹주라 불렸고 9선 국회의원을 지냈으나 한끗이 모자랐다.
‘대쪽 총리’라 불렸던 이 전 총리 역시 대법관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감사원장 등 엘리트 코스를 거치며 주목받았으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연패했다. 아들의 병역 의혹 한계를 넘지 못했다.
고 전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권한대행을 맡으며 유력 주자로 떠올랐으나 생명력이 다소 짧았다. 노 전 대통령이 고 전 총리를 ‘실패한 인사’라 규정하며 지지층에 분열이 일어난데다 당시 야권 대권주자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세가 빠르게 올라오면서 스스로 대선 출마를 포기했다. 관료 출신이라는 한계를 깨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대표에서 물러난 이해찬 전 대표 역시 총리 출신으로 2007년 대권에 도전했으나 당내 경선에서 정동영 당시 후보에 밀렸다. 최초의 여성 총리인 한명숙 전 총리 역시 경선 패배로 대권 꿈을 접었다.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부터) 정세균 전 국회의장,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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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만해도 ‘대선 총리잔혹사’가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할 정도로 총리대망론에 무게가 실렸다. 4·15총선을 앞두고 총리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와 황교안 전 대표가 여야의 유력 대권주자 선두로 나서면서다.
하지만 1년여 만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현재 여야의 선두 대권주자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이 전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과 고공행진하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꺾이면서 후광효과가 줄었다. 황 전 대표는 총선 참패의 책임론 속에 한동안 정계를 떠났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 역시 출마 전까지만해도 가장 강력한 다크호스가 될 것이란 전망이 있었으나 지난 4월 총리직에서 물러난 후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9일부터 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차기 지도자 선호도를 물은 결과, 윤 전 총장이 25%, 이 지사가 24%의 지지율을 각각 나타냈다. 이 전 대표는 6%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 전 국회의장은 2%에 불과했으며 황 전 대표는 조사에서 이름이 빠졌다.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변수 많은 대권레이스… 역전승 노리는 ‘3 전 총리’
여의치 않은 상황이나 역전 가능성은 있다. 대선레이스에 변수가 많은 만큼 현재의 지지율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것도 이유다.
이 전 대표는 지지율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 보고 있다. 그는 “월드컵을 보면 브라질이나 이탈리아가 꼭 초반에 고전하다가 우승하기도 한다. 그런 드라마를 보여드리고 싶다”며 “결국 시간이 갈수록 국민들은 후보자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돼서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 믿는다”고 희망했다.
정 전 의장은 마의 5%의 벽을 넘는게 급선무다. 여권 ‘빅3’ 중 가장 후발주자인 만큼 가장 적극적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다른 대권주자인 이광재 의원과 단일화 합의에 성공한게 대표적이다. 그는 지지율과 관련한 질의가 나올 때마다 “아픈 곳”이라고 비유하면서도 “승리의 드라마는 경선을 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고 자신했다.
황 전 대표는 ‘강경보수’의 힘으로 뒤집기를 노린다. 그는 “지금은 경험이 필요하고 또 국민의 삶을 아는 리더가 필요한 때이며 저는 입법 사법 행정의 3부를 경험한 사람”이라며 총리 출신임을 강조했다. 또한 4·15총선 전 대여 강경투쟁을 후회하느냐는 질의에 “많은 국민이 괴로움을 당하고 정부에 항의하고 있는데 제1야당이 국회에 앉아서 바라보기만 하고 있어야 하느냐”며 “이게 어떻게 강경보수인가. 국민을 지키는 게 강경보수라면 저는 강경보수의 길을 가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