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車수출 올해 3분의 1로 '뚝'.. 대책마련 부심

by김형욱 기자
2015.03.20 11:02:25

현대·기아 현지 공장 활용 점유율 확대
한국GM·쌍용 등 사실상 현지 판매중단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국산차의 러시아 수출량이 올 들어 전년보다 70% 이상 급락했다. 루블화가 반 토막 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졌고 현지 공장을 뺀 수출은 사실상 중단 상태다. 업계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 1~2월 국내 공장 생산 러시아 수출 물량은 3097대로 지난해 1만862대에서 71.5% 줄었다. 3분의 1 이상 급락한 것이다.

현대차(005380)는 1699대로 52.8% 줄었고 기아차(000270)는 894대로 62.6% 줄었다. 한국GM은 전년 4459대의 10분의 1인 488대로 줄었다.

쌍용차(003620)와 대우버스, 타타대우는 아예 올 들어 수출 자체를 포기했다. 특히 쌍용차는 2013년 1~2월 3581대에서 지난해 308대, 올해는 0대로 급격히 줄었다. 연간 2만대 시장이 통째로 사라진 셈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최근 1년 루블화 환율 추이. 네이버
수출 감소는 유가 급락과 서방 경제제제에 따른 현지 시장의 경기침체와 루블화 격감에 따른 수익성 저하 때문이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2012년 한국의 두 배 수준인 294만대로 정점을 찍었으나 13년 278대, 14년 248대, 올해 220대(KARI 전망)로 매년 감소 추세다.

유럽기업인연합회(AEB)는 올해 판매전망을 지난해 말 예측보다 크게 낮춘 189만대로 전망했다.

더욱이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1루블당 30.35원에 달했던 환율도 지난 2월2일 15.66원으로 반 토막 났다. 차를 팔더라도 1년 전의 반값밖에 못 받는 셈이다.

자동차 회사마다 러시아 시장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오히려 공세에 나섰다. 경쟁 기업의 부진을 틈타 점유율을 높이려는 것이다. 미국 GM이 상트페테르부르크 조립 공장 가동을 올 중반부터 무기한 중단기로 하는 등 경쟁사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독일 폭스바겐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칼루가 공장을 수시로 중단하고 있다.



현대 쏠라리스(아반떼)와 기아 리오(프라이드)를 생산하는 현대차 러시아 공장은 2013년 23만7000대에서 지난해 22만9075대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10%가 넘는 시장 감소세 속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현대·기아차는 현지 판매의 약 60%를 현지에서 40%를 국내에서 생산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현지생산 비중을 80~90%까지 늘렸다.

그 결과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은 올 들어 20%(1월 20.8%, 2월 20.1%)를 넘어섰다. 판매량은 줄었지만 전체 시장 감소세를 상회한 덕분이다.

현대차는 올 1월 말 러시아 모스크바에 해외 첫 브랜드 체험관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개관하며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러시아 공장을 중심으로 현지 시장 장악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차는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다. 회사 전체 수출의 30%인 약 2만대를 러시아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러시아 수출량은 1만대로 줄었고 올 초 들어선 아예 중단했다.

현지 수출 땐 달러 결제하고 있어 루블화 약세에 따른 타격은 크지 않지만 원화 자체가 강세 기조인데다 현지 자동차 시장 침체로 판매망이 무너지고 있다.

쌍용차는 현재 중국·유럽·아프리카 등 신시장 개척과 함께 러시아 현지 협력사와 반조립(CKD) 제품 수출을 모색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GM 등도 수익성 문제로 러시아 현지 판매를 사실상 중단하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기준금리를 지난해 17%에서 1월 15%, 이달 14%로 두 차례 인하했으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 은행은 두 번째 금리 인하와 함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월 -0.3%에서 3.5~4.0%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