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조종사 빼가기`로 한판 뜨나

by안재만 기자
2011.07.14 14:43:45

7명 경력직 채용 놓고 아시아나 자회사 `반발`
"에어부산 죽이려는 의도" 주장도

[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이번에는 운수권 배분, 정부 정책 때문이 아니다. 조종사 채용이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이 조종사 경력채용을 놓고 한판 붙을 기세다.

대한항공과 대한항공 자회사 진에어가 아시아나항공(020560) 자회사 에어부산 부기장 2명을 채용하면서 에어부산이 `상도의를 지키지 않은 행태`라고 반발하고 나선 것.

대한항공 또한 작년과 올초 에어부산 부기장 5명을 채용했다. 이들은 모두 근무 2년, 비행시간 1000시간 조건을 충족했다. 에어부산은 "기본 훈련만 12개월, 육성하는데 1억6000만원을 들인 인재들을 모조리 빼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에어부산은 진에어의 경력직 채용과 관련, 대한항공이 뒤에 있다고 분석한다. 대한항공이 직접 뽑으면 `중소기업, 신생 항공사 죽이기` 논란에 휘말릴 수 있으니 자회사를 앞세우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항공은 진에어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진에어 조종사의 상당수가 대한항공 출신인만큼 사실상 이번 채용도 대한항공이 주관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이번에 대한항공, 진에어로 옮긴 부기장들은 에어부산이 힘들게 키운 1기 조종사 8명 중 7명"이라며 "자꾸 이렇게 빼가면 신생 항공사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대한항공은 의무복무기간 4년도 무시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연간 이직율을 총원의 1% 이내로 제한하고, 전(前) 항공사의 동의가 있어야만 조종사가 사직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또 "의무복무기간은 없다"고도 했다.



진에어 관계자 또한 "에어부산 부기장은 제주항공 등 다른 항공사로도 이직하고 있다"면서 "왜 자꾸 조종사들이 이직하는 지 처우, 근무환경 등 내부 문제를 검토해야지 우리에게만 항의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과 부산시 등이 공동 투자해 설립한 저가항공사다. 아시아나항공은 46%의 지분을 갖고 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논란에서 한발 비켜 있다. 대한항공과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는 것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에어부산의 이같은 `적극적 반발`은 아시아나항공의 의지가 어느 정도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에어부산은 고발성 보도자료 배포와 함께 청와대, 국민권익위원회, 국토해양부 등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에어부산은 또 "진에어를 키우기 위해 조직적으로 에어부산을 괴롭히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에어부산과 진에어는 김포와 제주, 부산~제주 등 국내선 3개 노선과 부산~오사카 등 7개 해외 노선에서 경합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계획에도 없던 에어부산의 노선에 진에어를 투입시키고 있다"면서 "에어부산의 성장을 경계한다는 뜻으로, 이번 조종사 채용도 그 연장선일 것"이라고 주장했다.